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던 의무경찰(의경)이 4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82년 군사 정권 당시 경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창설된 의경은 오는 5월 17일 전역하는 1142기를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후임도 없이 복무 기간 내내 ‘막내’ 자리를 지켜온 탓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이들은 “집회 현장에서 직접 경찰과 복무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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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소속 의경으로 복무한 박모(24)씨는 “시원섭섭하다”며 한마디로 소감을 표현했다. 마지막 의경이었던 만큼 ‘31.4 대 1’이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 문자를 받았던 순간은 그의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다. 박씨는 “합격 당시에 정말 공중제비를 돌고 싶을 만큼 기뻤다”며 “부대를 자주 옮기면서 적응이 힘들긴 했지만 마지막이다 보니 선임, 후임 같은 딱딱한 관계보단 형, 동생 하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군사정권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는 의경은 2017년 병역자원 감소에 따라 해마다 단계적으로 감축됐다. 지난 정부는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방안’을 국정과제로 확정함에 따라 2018~2023년 의경 2만 5911명을 감축하고, 경찰관 7773명으로 대체했다. 의경 3명을 경찰관 1명으로 대체한 셈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참사 당시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서씨는 “근무 끝나고 돌아와서 취침하려는데 갑자기 점등되면서 출동하자고 하더라”며 “근처 현장에서 근무하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1142기는 후임도 없고 몇 차례나 소속이 바뀌기도 하는 등 많은 고충이 있었다”며 “때로는 과중한 임무에 땀방울 흘리고, 때로는 시대의 아픔에 눈물 흘리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쉽지 않은 여건에도 모범적으로 의 경생활을 마무리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