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푸는 유한양행, 사업 다각화로 미래성장 모색

두 달 동안 제넥신 등 3개 업체에 450억 지분 투자
부족한 R&D 역량 외부 수혈로 만회 전략
상품매출 비중 확대로 새 먹거리 확보 절실 지적
  • 등록 2015-11-19 오전 10:47:08

    수정 2015-11-19 오후 4:51:18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유한양행이 풍부한 실탄을 무기삼아 공격적으로 신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구개발(R&D) 역량을 외부 수혈을 통해 메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은 지난 17일 바이오업체 제넥신(095700)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200억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달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지분 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공동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9월 유전자 시약 업체 바이오니아(064550)에 1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화장품 업체 코스온에 150억원을 쏟아부으며 지분 3.88%를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 두 달간 3개 업체를 대상으로 모두 450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 주요 투자 현황(단위: 원, 자료: 금융감독원)
유한양행의 적극적인 지분 참여 목적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 먹거리 발굴이다.

제넥신의 경우 지속형 항체 융합 단백질 치료제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신약과 접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바이오니아는 유전자 시약 및 분자진단 키트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유한양행이 2012년 지분 투자로 2대주주로 있는 테라젠이텍스와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자 분석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화장품 사업 역시 최근 각광받는 분야로 유한양행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2년부터 10년 동안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피에르파브르 더모코스메틱의 약국용 화장품 ‘아벤느’를 판매한 경험이 있다.

유한양행의 여유 있는 자금력은 왕성한 투자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유한양행의 현금성 자산은 4599억원으로 국내제약사 중 가장 많은 연구비를 쓰고 있는 한미약품(610억원)보다 7배 이상 많다.

연도별 유한양행 매출·상품매출 추이(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특히 새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현실이 외부 수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몇 년간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 판매로 외형을 확대해왔다. 올해 매출 1~3위까지 모두 도입 신약 제품이다.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803억원), 당뇨치료제 ‘트라젠타’(620억원),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556억원) 등이 1979억원을 합작했다.

최근 노바티스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온브리즈’,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4가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 등을 장착했지만 국내제약사간 판권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속적으로 굵직한 신약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은 8204억원으로 2011년 3분기(4997억원)보다 3207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상품매출은 3595억원 증가했다. 상품매출은 재고자산을 구입해 가공하지 않고 일정 이윤만 붙여 판매되는 매출 형태를 말한다. 다국적제약사로부터 공급받은 의약품으로 올리는 매출이 상품매출에 포함된다.

도입신약이 외형 성장을 주도한 셈이다. 유한양행의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4.8%로 치솟았다.

유한양행은 현재 과민성대장증후군치료제, 항암제, 당뇨치료제 등의 신약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상업화에 근접한 임상3상 단계에 진입한 제품은 없는 실정이다.

‘오너 부재’라는 구조적인 특성상 굵직한 인수합병(R&D)을 시도할 수 없어 제한적인 지분투자에만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4%)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2년 한올바이오파마(009420)에 295억원을 투자해 지분 9.26%를 취득했다. 하지만 최근 대웅제약(069620)이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자 보유 지분의 절반 가량을 팔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 M&A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기술력을 갖춘 업체에 투자를 늘려 R&D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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