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워킹맘'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받았다(종합)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
한국인 무용수로 5번째 수상 쾌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21년 장기 근속
"한국 창작발레 세계 무대에 알려 기뻐"
  • 등록 2023-06-21 오후 3:15:30

    수정 2023-06-21 오후 7:47:2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불혹의 ‘워킹맘’ 발레리나 강미선(40)이 전 세계 무용계 최정상에 올라섰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강미선은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2023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사진=유니버설발레단)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강미선과 중국국립발레단의 추윤팅을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강미선은 지난 3월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창작발레 ‘코리안 이모션’ 중 ‘미리내길’에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과부 역으로 이번 상을 받았다. 강미선은 21일 열리는 갈라 콘서트에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미리내길’, ‘춘향’의 해후 파드되를 선보인다.

강미선은 유니버설발레단을 통해 “후보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창작발레를 세계 무대에 알릴 수 있어 기쁘고, 심사위원들에게 한국 고유의 감정인 ‘정’(情)의 느낌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현 국제무용연합) 러시아 본부에서 설립해 1992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시상식이다. 전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해 최고의 남녀 무용수, 안무가, 작곡가 등을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무용계 아카데미상’ ‘무용계 노벨상’ 등으로 불린다. 올해 31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인 무용수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은 강미선이 다섯 번째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1999년 동양인 최초로 후보에 올라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이후 발레리나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코리안 이모션’ 중 ‘미리내길’. 수석무용수 강미선(오른쪽), 이현준의 공연 장면. (사진=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은 2002년부터 21년째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발레단 내 최장기 근속 무용수다. 선화예중·고를 졸업한 뒤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 연수 단원으로 입단했다. 코르 드 발레(군무)부터 드미솔리스트(2005~2006), 솔리스트(2006~2010), 시니어 솔리스트(2010~2012)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오네긴’ 등 전막 발레는 물론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창작 레퍼토리 ‘심청’, ‘춘향’ 주역으로 활약했다.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프티 모르’,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 플리시티’, ‘두엔데’ 등 모던발레까지 섭렵한 명실상부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발레리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 솔리스트 한상이 등과 함께 국내에 몇 안 되는 ‘워킹맘’ 발레리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13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동료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했다.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5개월 만인 2022년 3월 ‘춘향’으로 복귀했다.

발레 무용수는 대부분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체력적인 이유로 은퇴를 고민하게 된다. 또한 발레리나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 신체 구조가 바뀌어서 춤추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미선은 불혹의 나이에도 아이를 키우며 무대를 지키며 후배에게는 모범이 돼왔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강미선은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예술성, 테크닉, 연기력, 작품을 구상하는 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무용수”라며 “예술가로서 가장 중요한 겸손한 자세가 있었기에 부단한 노력으로 이번 수상의 결실을 맺었다”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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