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러시아의 IT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을 금지한 조치 때문이다.
| 러시아 테크기업 얀덱스의 택배 로봇.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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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텔, 삼성, TSMC와 퀄컴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제조업체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말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서방국들의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등 IT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이 금지되면서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차량 부품과 가전제품, 군 장비에 들어가는 저가형 반도체부터 첨단가전과 IT 하드웨어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까지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서방 기업들의 반도체가 쓰이는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서버들도 수입되지 않고 있다. 한 반도체 회사 임원은 “서버와 컴퓨터에서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를 향한) 모든 공급 루트가 차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 부족으로 최근 몇 년간 성장세에 있던 러시아의 클라우드 시장도 둔화되고 있다. 테크기업 얀덱스는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영은행 스베르방크도 데이터 센터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통신사 MTS는 5G 장비 부족에 따른 난관에 부딪혔다.
러시아는 반도체 수입 차단에 대한 대안으로 반도체 생산 내재화를 시도하고 암시장을 통한 조달량을 늘리려고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반도체 기업 MSCT는 작년 ‘엘브러스’라는 이름의 반도체를 자체 생산했으나, 인텔 제품에 비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서방기업들의 IT 제품을 되파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암시장의 경우 국제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에 공급량 자체가 적다.
인터넷리서치기관(IRI)의 캐런 카자르얀 수석은 “일부 러시아 기업은 카자흐스탄을 통해 반도체를 들여올 수 있고, 중국 반도체 기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통한 반도체 공급량은 매우 적은 상태이며 안정적이지도 않은데다 가격도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