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월요일 오전은 장 보는 고객이 가장 없는 시간대로 꼽히지만, 10일 서울 대형마트 곳곳에는 아침부터 출입구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됐다. 정부가 이날부터 3000㎡ 이상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쇼핑시설에 방역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당초 관련 업계가 우려대로 일대 혼란이 빚어진 탓이다.
| ▲3000㎡ 이상 전국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 방역패스가 시행된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대형마트 출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남궁민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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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개점 시간에 맞춰 찾은 서울 강서구 한 대형마트. 평일 오전인 만큼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유모차를 끌고 온 30~40대 주부들과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무리 없이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들어서는 주부들과 달리 어르신들은 출입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대형마트 출입구 곳곳에는 이날부터 방역패스가 시행된다는 현수막과 표지판이 내걸렸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고객들과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이 적지 않아 이들을 안내하느라 ‘체증’이 발생한 것.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이곳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70대 여성 김모씨는 급기야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다가와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 평소에 안심콜로 마트를 이용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보안요원이 “접종완료증명서를 받거나 스티커를 받아와야 한다”고 안내하자, “복잡해서 마트도 못 오겠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여러 명의 고객이 동시에 QR코드를 스캔하자 방역패스 발급시 안내음인 ‘딩동댕’과 미발급시 안내음인 ‘딩동’ 소리가 쏟아지면서 고객들의 출입을 통제하던 보안요원들마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불가피하게 보안요원들이 고객들의 보안패스 발급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자, 일부 고객들은 “불쾌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QR코드 내 접종 완료 증명이 함께 뜬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해 보안요원과 실랑이 끝에 마트에 입장한 60대 남성 박모씨는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계속 요구하니까 괜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고, 그와 대화했던 보안요원은 “힘들다”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점심 시간을 앞둔 오전 11시 30분께 강서구 내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보안요원들과 대치를 벌이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장을 보는게 아니라 안에 옷가게 주인을 잠깐 보러 왔다”며 입장을 요구하다가 거절 당한 60대 여성 김모씨는 “내가 불안해서 백신을 안맞겠다는데 이렇게 일도 못 보게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잔뜩 화가 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또 다른 50대 여성 고객은 30분 넘게 입구에서 버티다가 “다음에는 접종완료하고 오시라”라는 보안요원의 안내를 받고 결국 마트 입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QR코드 인증을 도와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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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장에서는 이번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시행된 방역패스의 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마트 관계자는 “전국 주요 대형마트들에는 접종 지정 의료기관으로 운영 중인 내과나 소아과 등 병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미접종자들이 백신을 맞으러 왔다가 방역패스가 없어 병원을 갈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16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이날 고객들 대부분은 마트에 출입할 수 있었지만 17일부터는 사업자와 고객 모두 벌칙이 부여돼 전면 출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사업주는 1차 적발시 150만원, 2차 이상은 300만원씩 벌금을 내야 하며 고객 역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관련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출입구 최소화와 보안요원 추가 배치, QR코드 스캔을 위한 태블릿PC 추가 배치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방역패스 도입에 대응해 보안요원은 이전보다 최대 5배 가까이 필요하며 태블릿PC도 2000대 가령 더 구매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인력을 3배 가까이 늘리고 출입구를 30% 정도 축소,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