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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박영사’에서 출간한 ‘한국교육의 진로’란 책에서 강 원장은 수능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수능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수능 점수로 대입 당락을 결정하려 한다면 수능 점수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과정 역시 왜곡되고 부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 원장은 수능을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저서에서 그는 “수능 점수만 높일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그런 생각에 기생하는 득점전략도 사교육 서비스로 포장돼 고가에 팔리고 있다”며 “심지어는 학교마저 그런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앞장서며 일타강사와 훌륭한 교사를 동일시하는 풍토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강 원장은 수능과 같은 국가시험체제를 폐기하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전국 수험생들을 순위 매길 시험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매우 비교육적이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수능 수험생의 30% 가까이가 재수생이라고 언급한 뒤 “재수를 통해 점수 올리는 것이 교육상 무의미하지만 대학 졸업장을 바꾸기 위한 게임이기에 수능에 다시 응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추첨하는 방식이 수능보다 낫다는 주장도 폈다. 강 원장은 “확연하게 변별되지 않는 무리(群)에 대해서는 모두 동등하게 취급하고 굳이 그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야 한다면 수능과 같은 단일 잣대로 커트라인을 긋기보다는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하는 전문적 판단을 거치는 게 낫다”며 “이때 보완적 자료가 없거나 판단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면 추첨이 오히려 커트라인 적용보다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들을 수능 점수로 가르는 게 무의미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논리다.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인 강 원장은 평가원장 취임 이전부터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해왔다. 엄격한 상대평가로 수험생을 서열화하는 것보다는 절대평가로 수능점수를 등급화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주장해 온 학자다. 그는 2015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수능이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사실 만점 근처에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수능이 학력고사처럼 변질되면서 교육적으로 변별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까지 변별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선 수능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강 원장에 대해 왜 평가원장을 맡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평가원은 수능과 수능모의평가를 출제·주관하는 기관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서울의 사립대 B교수는 “평가원장 업무와 학자적 생각은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며 “평가원장이 수능 폐지권한을 가진 것도 아닌 만큼 평가원장으로 발탁된 뒤에는 학자적 소신과는 별개로 수능을 공정하게 관리·출제하는 게 본인의 업무”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 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교육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입학처장·교육대학원장·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월 제11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취임했다. 해당 저서(한국교육의 진로)는 지난 7월 30일 초판이 발행됐다. 강 원장이 이 책에서 수능폐지론을 집필한 시점은 평가원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인 지난해로 확인됐다. 공저자로는 강 원장을 비롯해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등 6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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