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화산폭발에 발묶인 韓관광객…"항공권 재발급·숙소가 가장 시급"

신혼부부부터 직장인들까지 韓관광객들 '노심초사'
"불확실한 상황 지속…언제 귀국할지 몰라 걱정"
"연이은 결항에 오버부킹 우려…하루 단위 숙소 연장"
"현지인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 등록 2017-11-28 오후 12:23:55

    수정 2017-11-28 오후 4:06:24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아궁 화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화산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폭발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현실이 됐다.”

프리다이빙을 배우려고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누사 페니다 섬을 방문한 김진영(39)씨는 27일(현지시간) 오전 귀국행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 신혼부부부터 직장인들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 여행을 갔다가 아궁 화산 폭발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화산재로 공항이 폐쇄되는 등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언제 귀국할지 몰라서다. 특히 직장인들은 업무 복귀 시한이 늦어져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항공권 재발급이다. 김씨는 당초 28일 새벽 1시 25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KE630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27일 오전 결항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 뒤인 29일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항공권으로 재발급을 받았지만 오후 4시30분 경 재차 결항됐다는 문자를 받고 귀국 날짜를 하루 더 미뤘다. 대한항공 측은 “현지 상황에 따라 해당 항공편 역시 결항될 가능성이 있으며, 문자를 받고 나면 다시 한 번 문의를 해달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온라인 체크인을 시도했다가 잔여 좌석이 없는 것을 보니 오버부킹(초과 예약)이 걱정되긴 한다”고 밝혔다.

숙소를 잡는 일도 문제다. 또다른 관광객 이무경(46·가명)씨는 대한항공이 1박에 한해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항공사 측에 문의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기존 여행 일정을 넘긴데다 폐쇄된 공항이 언제 다시 열릴지 몰라 방을 새로 잡고 하루 단위로 숙박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귀국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업무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라며 “천재지변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광객들의 우려와는 달리 현지 분위기는 특별히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이씨는 “현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용암이 아주 조금 흘러내렸다는 정도”라며 “현지인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고, 인도네시아 정부 측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알거나 체감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성수기어서 그런지 한국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호주와 뉴질랜드, 러시아 등지에서 서핑이나 다이빙을 하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26일부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아궁 화산 폭발에 대해 경고하고, 공항 폐쇄 및 항공편 결항 관련 문자 메세지를 일괄 전송했다. 해발 3142m의 아궁 화산은 지난 25일 오후부터 26일 오전까지 네 차례 분화했으며 현재도 분화구 위 2500∼3000m까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후 화산재는 남서쪽으로 이동하며 발리 항공편의 운항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27일 오전 7시부터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최소 24시간 동안 폐쇄한다고 발표했으며, 화산재가 발리 섬 인근 바뉴왕이와 즘베르 지역까지 확산됨에 따라 폐쇄 시한을 29일 오전까지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공항 폐쇄 이후 445편의 이착륙 노선이 취소·결항됐으며, 한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약 6만여명이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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