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량과 에너지 등 상품가격의 폭등세는 튀니지와 알제리, 이집트 등의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이미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튀니지의 경우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폭동을 일으키는 등 극심한 정치·경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한 노점상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삼아 `재스민 혁명`(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으로 이어져 아랍권 민주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도 역시 기준금리 인상 등의 갖가지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 대다수도 인플레의 위험성에 동의하는 한편 인플레 리스크가 이머징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주 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 고문은 "식품 가격 상승이 중국과 인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식품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 중국의 CPI에서 식품 비중은 34%, 인도의 경우 절반에 육박하는 47%다.
`월가의 비관론자`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머징 시장에서 인플레가 가속화되는 데 반해 실소득은 줄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 문제가 이머징 체제 자체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개진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선진국 경제는 인플레보다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스태그네이션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태"라고 밝혔다. 세계적 석학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일부 국가의 원자재 가격은 통제 수준을 벗어난 상태"라며 "상당수 국가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뒤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상품 가격 급등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기상 이변으로 원자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세계 경제 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