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인플레 시대` 도래를 막아라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심각
인플레가 글로벌 성장 저해
  • 등록 2011-01-27 오후 2:58:25

    수정 2011-01-27 오후 3:02:32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인플레를 잡기 위한 묘책이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소 가신 상황에서 전 세계는 이제 인플레 시대 도래를 막기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인플레와 식량 및 에너지 등 상품가격의 급등세가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식량과 에너지 등 상품가격의 폭등세는 튀니지와 알제리, 이집트 등의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이미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튀니지의 경우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폭동을 일으키는 등 극심한 정치·경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한 노점상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삼아 `재스민 혁명`(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으로 이어져 아랍권 민주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도 역시 기준금리 인상 등의 갖가지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 대다수도 인플레의 위험성에 동의하는 한편 인플레 리스크가 이머징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주 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 고문은 "식품 가격 상승이 중국과 인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식품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 중국의 CPI에서 식품 비중은 34%, 인도의 경우 절반에 육박하는 47%다.

인도의 대표적 IT 기업인 위프로의 아짐 프렘지 회장은 "인플레는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경제 문제"라며 "인도 정부는 무엇보다 이에 대한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량 인플레로 굶주림에 떨고 있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월가의 비관론자`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머징 시장에서 인플레가 가속화되는 데 반해 실소득은 줄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 문제가 이머징 체제 자체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개진했다.

이머징뿐만 아니라 선진 시장도 인플레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영국의 경우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작년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 관련기사 한국, 인플레 `과열`..해결방안 모색해야-FT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선진국 경제는 인플레보다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스태그네이션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태"라고 밝혔다. 세계적 석학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일부 국가의 원자재 가격은 통제 수준을 벗어난 상태"라며 "상당수 국가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뒤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상품 가격 급등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기상 이변으로 원자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세계 경제 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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