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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선수들이 정해진 룰에 따라야 하듯 현대 경영에서 투명경영, 정도경영은 CEO가 갖춰야 할 가장 대표적인 덕목 중의 하나다. '세계경영의 대부'로 떠오른 GE의 잭웰치 회장도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빠른 판단력, 불 같은 추진력, 민첩한 순발력으로 압축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아이스하키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 CEO 중에서도 스포츠맨 출신 다수 있다. 한국리복 마이클 콘란(50) 사장, ING생명 론 반 오이엔(47) 사장, 아우디코리아 트래버 힐(45) 사장, PCA생명 빌 라일(42) 사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스포츠맨에서 기업인으로 제 2의 삶을 선택했듯 인생 행보 자체가 파격의 연속이다. 콘란 사장은 미식축구와 축구를 혼합한 호주식 축구 리그 브리즈번 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었다. 그의 고국인 호주에서는 한국의 '차범근'으로 불렸을 정도. 하지만 그는 프로 선수로 최고 정점에 올랐을 때 홀연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 때 나이가 30세. 자신의 스포츠맨 경력을 바탕으로 리복에 입사한 후 퓨마, 나이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를 모두 섭렵했다. 각 브랜드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도 이런 경험 덕이다. 그는 "운동선수 경험과 여러 스포츠 용품사를 거쳐간 경험이 경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NG생명 오이엔 사장의 인생은 결단의 연속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인 오이엔 사장은 경찰에서 축구선수로 또 유학생이 된 후에는 기업인으로 활동했다. 학창시설 꿈이 프로축구 선수였던 오이엔 사장은 프로리그에 진출하지 못하자 네덜란드 경찰에 입문, 경찰팀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활약했다. 그는 학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와튼스쿨에서 고위 경영자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금융계에 진출했다. 오이엔 사장은 2002년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의 예를 들며 "당시 한국팀 주장인 홍명보 선수가 필드에서 직접 뛰면서 경기를 진두지휘해 팀워크가 살아난 게 4강 신화의 배경"이라며 "경영인도 직원들과 같이 호흡하며 뛸 때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PCA생명 한국의 라일 사장은 우연한 기회에 축구선수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라일 사장은 16세까지 영국 뉴캐슬 유나이티드 팀에서 중앙 공격수로 뛰다 현역에서 은퇴한 후 30세까지 축구팀 코치로도 활동했다. 그는 코치를 그만둔 후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보험설계사 모집 광고를 접한 후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스포츠맨 출신인 만큼 경영에 있어 팀 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일 사장은 오랜 선수생활 때문인지 평소 강조하는 경영 철학은 '팀워크'. 기업경영은 축구팀 운영과 유사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좋은 팀워크를 이룬 축구팀이 보여주는 파워는 개개인의 힘의 합친 것보다 훨씬 크며 강력하다"는 게 '축구 경영학' 이론의 골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드하키 국가 대표팀 출신의 아우디코리아 힐 사장은 지난 3월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의 화합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전국의 모든 딜러 모두 방문해 한국 시장을 점검하고 본사와 딜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을 다시 만들었다. 이런 까닭에 이들 CEO는 스포츠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콘란 사장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신발과 용품을 직접 마라토너를 통해 테스트한다. 실제로 그는 매일 10㎞씩 테스트용 신발을 신고 뛰며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제품 개선에 반영한다. 오이엔 사장은 축구 후원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한국 축구 대표팀 베어벡 감독, 홍명보 코치 등의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축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한국은 네덜란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며 "아시안컵 등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ING생명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이엔과 라일 사장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로 박지성을, 콘란 사장은 이을용을 각각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