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왜 연이틀 폭락했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직격탄..`핵심은 심리`
  • 등록 2004-05-14 오후 3:57:44

    수정 2004-05-14 오후 3:57:44

[edaily 이정훈기자]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폭락했다. 미국 시장 급락도 없었고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없었다. 급락세의 주범은 프로그램 매도물량이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향후 시장에 대해 자신을 가지지 못하는 투자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틀간 6% 폭락..`주범은 프로그램 매물`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21.67포인트 하락한 768.46으로 장을 마감했다. 불과 이틀만에 810선에서 760선으로 추락했다. 어제도 지수가 26.96포인트 하락했으니 이틀간 하락폭은 50포인트에 이른다. 하락률은 무려 6% 수준. 이같은 지수 폭락은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주가 하락에 의한 것이었다. 시장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가 이틀동안 6.5% 가까이 급락하면서 52만원대에서 49만원대로 내려 앉았고 국민은행 포스코 LG전자 현대차 삼성SDI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 주요 블루칩들이 동반 급락했다. 그렇다면 블루칩 주가를 끌어내리고 지수를 폭락시킨 주범은 누구일까? 외국인은 어제 주식을 1147억원 어치 순매수했고 오늘도 32억원(잠정) 순매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기관이었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각각 4155억원, 3984억원 어치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은 왜 이렇게 많은 주식을 순매도했을까? 지수가 크게 하락하는 와중이었으니 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들어와 주식을 내다 팔았을 리는 없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형태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기관 순매도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프로그램매매에 의한 것이다. 실제 어제 옵션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5911억원에 이르렀고 오늘도 5470억원에 이르렀다. 이들이 블루칩 주가를 떨어뜨리고 종합주가지수를 아래로 끌어내린 것이다. `시장 베이시스 악화가 프로그램 매물 촉발` 그렇다면 프로그램매물은 갑자기 왜 이처럼 대규모로 쏟아졌을까? 이유를 설명하려면 프로그램매매의 두 구성요소인 차익매매와 비차익매매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우선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온 직접적인 이유는 시장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 악화 때문이다. 기존에 매수차익거래를 했던 기관이 시장 베이시스 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 포지션을 청산한 것이다. 매수차익거래는 현물이 저평가됐을 때, 즉 시장 베이시스가 플러스일 때 저평가된 현물을 사고 고평가된 선물을 파는 거래를 동시에 실행했지만, 예상과 달리 현물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면서 시장 베이시스의 마이너스폭이 커지자 청산에 나선 것. 실제 지난 12일 +0.05포인트이던 시장 베이시스가 어제 -0.89포인트로 악화된데 이어 오늘은 -1.21포인트로 크게 나빠졌다. 이렇게 되자 신규로 매도차익거래에 나서는 쪽도 있었다. 베이시스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저평가돼있는 선물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했다. 비차익매물의 경우 현물을 보유하고 있던 인덱스펀드가 현물을 팔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면서 유발됐다. 현물을 가지고 있든 선물을 가지고 있든 지수만 따라가면 되는 펀드의 특성상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편이 훨씬 더 유리했던 셈. 또 일부 펀드는 지수 하락으로 생긴 평가손을 감당하지 못하고 손절매성으로 비차익 매도 형태로 주식을 대거 내다 팔기도 했다. `베이시스 악화는 시장에 대한 자신감 부족 탓`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하는 거래를 이렇게 활발하게 하다보면 선물과 현물가격 간의 차이는 줄어들게 마련인다. 즉, 시장 베이시스는 다시 좋아져야 한다. 이상하게도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쪽이 많은데 선물가격은 현물보다 계속 낮아졌다. 그 이유는 차익거래에서 생기는 선물 매수를 제외하고는 선물시장 자체의 매수세가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올들어 가장 많은 1만7000계약 이상의 누적순매도 포지션을 쌓아두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도 선물을 1572계약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좀처럼 매수로 돌아서지 않자 개인은 이날 무려 8105계약을 순매도했다. 두 매도세력이 시장을 압도한 셈이다. 현물과 달리 선물 매수는 당장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일정시점에 KOSPI200지수를 매수하는 거래다. 즉, 앞으로 시장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날 헌재의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국제유가 급등,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세, 미국 금리 인상 부담감, 중국 경제 긴축 우려감 등이 전방위적으로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베이시스는 투자심리를 보여준다.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역사적인 바닥권까지 떨어졌지만,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매수차익거래가 공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 관건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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