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올해 상반기 물가를 반영한 직장인의 월평균 임금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5만5000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내내 지속된 고물가에 비해 임금상승률은 낮았기 때문이다. 저임금 일자리의 임금수준은 더 떨어져, 소규모 사업장의 구인난도 여전하다.
|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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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7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355만8000원으로 전년동월대비 5만5000원이 줄었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다. 즉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임금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한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단순히 화폐액으로 표시한 명목임금은 393만8000원으로 전년동월대비 9만2000원 늘었다. 월급 명세서상으로는 올해 상반기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9만2000원이 늘었지만, 고물가로 인해 상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은 5만5000원 줄었다는 뜻이다.
| 근로자 1인당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 추이(단위: 천원,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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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다 올해 2월 잠시 반등했다. 그러나 3월부터 다시 넉 달째 감소하고 있다. 4월과 5월 실질임금 감소율은 0.2% 수준으로 둔화하는 듯했지만, 6월 감소율은 0.6%로 다시 커졌다.
실질임금 감소가 지속되는 이유는 높은 수준의 물가와 낮은 임금상승률이 겹친 탓이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반면 같은 달 임금상승률은 2.1%에 그쳤다. 특히 전기료나 도시가스, 지역 난방비 등 공공서비스물가와 외식 물가 등 개인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계속된 실질임금 감소는 2011년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로 확대해서 공표한 이후 처음”이라며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는 몰가상승률이 4%로 높게 나타난 것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실질임금 감소는 중소기업의 구인난도 부추기고 있다. 실질임금 충격 속 지난달 빈 일자리는 21만6000개를 기록하며, 6개월째 20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빈 일자리는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될 수 있는 일자리로 이 수치의 증가는 곧 구인난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빈 일자리의 약 70%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다. 실질임금의 감소가 저임금 일자리의 임금수준을 더 낮추면서 구직자가 중소기업 취업을 더 꺼리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613만4000원, 실질임금은 552만원이었다. 그러나 300인 미만 사업장의 명목임금은 349만원, 실질임금은 314만원에 그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