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품 떠난 현대상선, 새 사령탑은 '오리무중'

국내·외국 해운전문가 일부 인사 하마평에
국내 해운전문가 인력규모 작아..과거경영 되풀이 우려도
  • 등록 2016-08-04 오후 2:30:22

    수정 2016-08-04 오후 7:25:46

[이데일리 최선 기자] KDB산업은행 자회사로서 새출발에 들어가는 현대상선(011200)의 차기 선장 임명 문제를 두고 내부가 뒤숭숭하다.

국적 선사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적합한 인물이 경영을 맡게 되리라는 기대감과 전직 임원의 재등판으로 인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4일 추모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이날 오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등 회사 임직원 40여명은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현대 선영에서 13주기 기일을 맞은 고(故) 정몽헌 회장과 고인의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추모했다. 이후 현대상선 관계자들은 회사로 복귀해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정상근무에 들어갔다.

왼쪽부터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 론 위도우 전 APL 사장.
하지만 내부는 다소 어수선하다. 유상증자 신주 상장이 이뤄지는 5일부로 현대그룹을 떠나 산업은행으로 편입하지만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직 현대상선 임원의 이름과 외국 해운 전문가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현 경영진의 유임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새로운 CEO 선임을 위해 헤드헌팅사에 인재 물색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현대상선 근무경력이 있는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 등이다.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외국인을 포함한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야 한다”고 말해 해외 해운업체 CEO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창근 사장은 1986년 현대상선으로 이직해 구주본부장을 역임하고 잠시 회사를 떠났다가 2012년 현대상선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노정익 전 사장은 1977년 현대건설로 입사해 그룹 근무와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역임한 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상선을 이끌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전직 CEO들이 다시 회사의 수장을 맡는 데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고 새도약을 예고한 와중에 회사 경영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다시 영입된다는 소식이 달갑지만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외부 인사로는 싱가포르 해운업체인 APL을 경영했던 론 위도우 전 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위도우 전 사장은 40년 이상 해운업에 종사한 해운 전문가다. 그러나 해운업이 국가 기간 산업인 데다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을 외국인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책임있는 경영보다는 단기 실적 달성에만 치중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모든 임직원을 더한 숫자가 2500여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규모의 산업군에서 해운전문가를 물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또한 외국 해운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영업 측면이나 국민 정서상 반발을 낳을 수 있으니 채권단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분간 현대상선은 이백훈 대표이사, 김충현 경영총괄 겸 재무총괄 부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해 말부터 실시된 주말 비상근무 조치도 아직 해제되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CEO는 한 달 뒤인 9월초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 분리를 앞두고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자청하며 현대상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 마켓벤티지 등 외국인들은 전날 모든 주식을 매각했다.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는 2013년말 발표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산업은행 편입을 앞두고 현대그룹 우호 지분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현정은 회장과 부친 고 현영원 전 회장, 정몽헌 회장 등이 경영에 참여해 손때가 묻은 현대상선은 창립 40주년 만에 현대가의 품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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