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개혁·개방정책이 어때서?

  • 등록 2007-10-11 오후 6:43:19

    수정 2007-10-11 오후 6:43:19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남북정상회담은 굉장한 이벤트 였고, 큰 성과 만큼이나 많은 논란거리도 낳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논란입니다. 정상회담을 취재하며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목격하고 온 경제부 문주용 선임기자는 북한에게서 개혁 개방정책은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정책일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홈페이지에 `개혁·개방`이라는 단어를 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배경은 간단합니다. 방북때 노무현 대통령이 옥류관에서 "개혁· 개방이라는 표현을 김정일 위원장이 싫어했다. 불신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북측이 볼 때 우리가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지 않았다. 북한을 생각해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이 배경이 됐습니다.  

이 발언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해져 남북정상선언을 이끌어낸 직접적인 계기가 됐으니 `개혁·개방 정책`이라는 표현을 기피한 성과는 매우 컸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혁·개방` 정책은 체제위협적이라고 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를 인정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개혁·개방정책의 대표적인 나라가 러시아와 중국 일 겁니다. 이 정책을 펴는 동안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당이 야당으로 전락하는 경험을 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소련은 러시아로 부활했고, 세계 2위의 강대국으로 재등장했습니다.

보다 앞서 중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 개혁보다는 개방을 서두른 투트랙 접근을 폈습니다. 그 결과 중국공산당은 건재하고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습니다.

베트남 역시 뒤늦게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해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정치적 혼란은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이래서 개혁·개방정책이 북한 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차라리 개혁·개방이 김정일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한다면 모를까.

혹시 노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김정일 체제와 동일시 하고, `역지사지`라는 말을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북한의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당장 급격한 변혁을 꾀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의 시각에서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남포로 가는 길 주변 들판에는 벼가 누렇게 익었지만, 이를 수확하기 위해 해마다 인민군들이 동원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농기계가 변변치 않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은 따져볼 여력도 없습니다.

엄청난 규모인 서해갑문 공사에도 연인원으로 수천만명이 동원되었던 곳입니다. 동원 경제입니다.

평양, 남포 등 몇몇 도시들만 나은 모습이었을 뿐, 산은 바위와 흙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둥산입니다. 나무를 베 뗄감을 쓰고 있는 집들이 많아, 고속도로 변이 아니면 큰 나무를 구경하기조차 힘듭니다.

자원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고 물적 자본은 빈약합니다.

그나마 있는 자원과 자본도 중국, 러시아 자본들은 들어와서 잠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한과 서방에 대해서는 개혁·개방 정책을 요구하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이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면 개혁·개방정책이 아닌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노 대통령은 수년전부터 해외순방에서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후진국에게 전수해주겠다며 경제협력 프로그램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과거 외국 차관을 빌려 공장을 짓고, 중공업을 일으키고 도로를 닦았습니다. 그것이 커서 오늘날의 포스코가 있고,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이 있게 했습니다. 

기자는 이런 박정희 전대통령시절 개발정책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해외 차관을 들여와 수출 공장도 짓고 주민을 위한 생필품 공장을 세우며, 수입대체 공장을 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합법적인 달러로 다시 더 큰 공장을 짓고, 제대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만들고, 이들이 생필품을 구매하게 해 제대로 된 시장이 여기저기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북핵 문제 해결이 가시화되면 개혁·개방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기구나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관도입이 더욱 용이해지고, 자원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들이 더 나설 것입니다.

이런데도 김정일 위원장이 개혁·개방정책을 싫어한다는 것은, 선군정치를 계속하고, 동원경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북한 주민의 어려움은 단기간에 완화될 희망이 없습니다.

두 정상이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 서로 인정하려는 신뢰의 구축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상간의 신뢰 못지않게 남한 체제와 북한 체제가 대화와 교류가 가능할 만큼 익숙해져가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어려웠겠지만, 노 대통령은 개혁·개방정책이 북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득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도록 조언했어야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북한 식의 `절대적 자주`는 곧 고립이라고 말해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했다고 하는데, 개혁과 개방정책의 필요성을 왜 설득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개혁과 개방정책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며 주민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체제 안정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을 피할게 아니라, 이에대한 우리의 조언을 경청하도록 설득시킬 일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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