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기업 사옥 인근에서 벌어지는 시위 상당수는 사실상 1인 시위임에도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로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반자가 아예 없거나 동반자가 있어도 정기적인 참석이 어려워 집회나 시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현수막과 입간판, 천막 등 시위 도구를 장기간 설치하기 위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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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인 시위는 집시법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 사전 신고의무가 없고, 집시법 규제 대상인 다수 집회나 시위와 달리 국회나 헌법재판소 인근 등 시위가 금지된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또한 집시법에 정해진 소음 제한 규정에서도 자유롭다. 이러한 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 자신의 주장 관철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는 ‘변칙 1인 시위’가 늘어나면서 기업과 일반 시민 등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위 장소를 뒤덮은 현수막이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주위 경관을 훼손시켜도 불명확한 단속 규정 탓에 집회 기간 설치된 현수막은 실제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철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옥외광고물법 상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에 게시를 신고한 뒤 지정된 게시대에 걸지 않으면 모두 불법으로 철거 대상이지만, 집시법상 집회 준비물로 신고되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숫자에 사실상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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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외에 KT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B씨, 서울의 한 병원 정문 앞에서 역시 1인 시위를 진행중인 C씨 등도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로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신고가 된 변칙 1인 시위 현장 주변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내용으로 채워진 현수막과 천막들이 다수 설치돼 있다.
집시법 상 소음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인 시위를 가장하는 사례도 있다. 소음을 통해 시위 대상에게 고통과 불편을 끼치려는 경우에 주로 활용되는 수법이다.
지난해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진 시위가 대표적이다. 경찰이 인근 주민들의 사생활 평온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집회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 참여자들은 1인 시위임을 주장하며 강행했다. 1인 시위는 주거지역 기준 주간 평균 65데시벨(dB), 야간 평균 60데시벨로 규정된 집시법 상 소음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밤낮으로 최고 90데시벨을 넘는 고성과 욕설에 시달린 인근 주민들은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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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1인 시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무분별한 1인 시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영국은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규제를 최소화해 온 대표적인 국가로 꼽혔으나, 2010년대 후반부터 집회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폭행을 당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심각해지면서 실효성 있게 법을 개정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위법적인 1인 시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다양화하는 변칙 1인 시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법 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집회 결사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다중 1인 시위’ 또는 ‘편법 집회 신고’ 등 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변칙 1인 시위로 고통 받는 시민의 기본적 권리 또한 보호받아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