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따가웠던 햇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초가을 청명한 하늘을 올려봤다. 그제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촘촘하게 잇고 있는 투명한 낚싯줄이 눈에 띄었다. 혹시라도 드론이 들올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 그물망을 설치했다는 설명에 철저한 보안 의지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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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사혁신처 국가고시센터는 삼엄한 통제 속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정부 보안시설로 지정된 이곳은 행정고시라 불리는 국가직 5급 공채시험부터 지방직 9급 임용시험까지 17종의 공무원 선발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정부 기관이다.
국가고시센터는 각종 공무원 선발 시험의 문제를 출제를 도맡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객관식 213과목의 4660문제와 주관식 134과목, 면접 문제를 만들었다. 시험 문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교수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시험위원들이 고시센터에 입소하는데, 지난해에만 시험위원들이 순수하게 입소한 일수만 6개월(180일)에 달한다.
공정함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공무원 시험 출제 기관답게 출입하는 과정부터 까다로웠다. 고시센터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카메라 등 모든 통신·전자 장비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마치 공항에서 출국 수속 하듯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세세한 몸수색을 거친 뒤에야 센터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시험위원 등으로 한 번 입소하게 된 사람은 웬만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혹시라도 입소 당사자가 갑작스레 아프거나, 가족에게 불상사가 생겨도 보안직원 2명 이상의 동행하에만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제부터 선정까지 체계적 관리…“오류율 0%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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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5000문제 중 실제 시험에 출제할 문제를 고르기 위한 과정도 만만치 않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센터 측에서 시연한 선정 과정을 보면 선정위원이 문제를 선정할 때 한 출제자의 문제를 3개 이상 선정하지 못하도록 했고, 출제자의 소속된 학교로도 최대 4문제까지만 선정할 수 있었다. 또 선정된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재검토 요원에는 전년도 고득점 합격자를 포함해 난이도 조절과 문제 오류 발견 등을 꼼꼼히 살필 수 있도록 했다.
한 합숙자는 “합숙출제 기간 중 출제 오류에 대한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문제가 완성될 때까지 시험위원과 재검토요원들은 매일 자정을 훌쩍 넘어서까지 검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갇힌 공간에 150명에서 많게는 270여 명까지 되는 인원이 생활하다 보니 식당과 휴식 공간이 협소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철저한 보안과 공정하고 전문적인 시험 출제 과정을 통해 고시센터는 압도적인 시험 출제량에도 시험 출제 오류율이 0.06%에 불과하다. 세무사 시험을 비롯해 최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시험 관련 불공정 논란 속에서 고시센터의 공정성이 돋보이는 이유다.
센터 관계자는 “연금생활이라는 어려운 여건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국가를 위해 일할 유능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뽑는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라며 “고시센터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갈고 닦아 시험 출제 오류율 0%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