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둘기도 들어오면 못 나가”…공무원시험 오류 0% 도전하는 국가고시센터

인사혁신처, 정부보안시설인 국가고시센터 최초로 언론 개방
행정고시부터 지방직 9급까지 17종 시험 문제 출제·관리
“군대 보다 더해”…순찰부터 통신장비 금지 등 삼엄한 보안
문제 출제부터 선정까지 체계적 관리…“오류율 0% 도전”
  • 등록 2022-09-28 오후 12:00:00

    수정 2022-09-28 오후 9:37:07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곳은 하늘에서 비둘기가 들어와도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갑니다.”

이 말을 듣고 따가웠던 햇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초가을 청명한 하늘을 올려봤다. 그제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촘촘하게 잇고 있는 투명한 낚싯줄이 눈에 띄었다. 혹시라도 드론이 들올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 그물망을 설치했다는 설명에 철저한 보안 의지가 엿보였다.

27일 경기 과천에 있는 국가고시센터 전경.(사진=인사혁신처 제공)
“군대보다 더해”…철저한 보안 속 국가고시센터 첫 공개

27일 인사혁신처 국가고시센터는 삼엄한 통제 속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정부 보안시설로 지정된 이곳은 행정고시라 불리는 국가직 5급 공채시험부터 지방직 9급 임용시험까지 17종의 공무원 선발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정부 기관이다.

국가고시센터는 각종 공무원 선발 시험의 문제를 출제를 도맡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객관식 213과목의 4660문제와 주관식 134과목, 면접 문제를 만들었다. 시험 문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교수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시험위원들이 고시센터에 입소하는데, 지난해에만 시험위원들이 순수하게 입소한 일수만 6개월(180일)에 달한다.

공정함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공무원 시험 출제 기관답게 출입하는 과정부터 까다로웠다. 고시센터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카메라 등 모든 통신·전자 장비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마치 공항에서 출국 수속 하듯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세세한 몸수색을 거친 뒤에야 센터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상 5층 정도의 크기의 센터는 69개에 달하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보안실과 내부 행정 직원들이 근무하는 출제 본부에는 모든 CCTV를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나열되어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시험위원 등으로 한 번 입소하게 된 사람은 웬만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며 “혹시라도 입소 당사자가 갑작스레 아프거나, 가족에게 불상사가 생겨도 보안직원 2명 이상의 동행하에만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제부터 선정까지 체계적 관리…“오류율 0% 도전”

철저하다 못해 어쩌면 군부대보다 더한 보안 속에서 공무원 시험 출제가 진행된다. 공무원 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출제위원이 문제를 만들고 문제은행에 입고한 뒤, 시험 문제 선정위원이 고시센터에 입소해 문제를 선정한다. 선정된 문제는 검토를 거쳐 확정되고 시험에 출제된다.

27일 경기 과천 국가고시센터 내부에서 출입기자들이 문제심사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인사혁신처 제공)
현재 문제은행에는 총 312과목의 9만 5000문제가 저장돼 있다. 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문제은행에서 빠지고, 출제위원들이 지난해 평가자료 등을 분석해 새로운 문제를 채워 넣는다. 문제은행은 사실상 공무원 시험 출제의 가장 핵심인 만큼 보안이 철저해 저장 시스템이 갖춰진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다.

9만 5000문제 중 실제 시험에 출제할 문제를 고르기 위한 과정도 만만치 않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센터 측에서 시연한 선정 과정을 보면 선정위원이 문제를 선정할 때 한 출제자의 문제를 3개 이상 선정하지 못하도록 했고, 출제자의 소속된 학교로도 최대 4문제까지만 선정할 수 있었다. 또 선정된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재검토 요원에는 전년도 고득점 합격자를 포함해 난이도 조절과 문제 오류 발견 등을 꼼꼼히 살필 수 있도록 했다.

한 합숙자는 “합숙출제 기간 중 출제 오류에 대한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문제가 완성될 때까지 시험위원과 재검토요원들은 매일 자정을 훌쩍 넘어서까지 검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갇힌 공간에 150명에서 많게는 270여 명까지 되는 인원이 생활하다 보니 식당과 휴식 공간이 협소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철저한 보안과 공정하고 전문적인 시험 출제 과정을 통해 고시센터는 압도적인 시험 출제량에도 시험 출제 오류율이 0.06%에 불과하다. 세무사 시험을 비롯해 최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시험 관련 불공정 논란 속에서 고시센터의 공정성이 돋보이는 이유다.

센터 관계자는 “연금생활이라는 어려운 여건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국가를 위해 일할 유능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뽑는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라며 “고시센터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갈고 닦아 시험 출제 오류율 0%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비상계엄령'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