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타고 잘 가고 있다".. 낚시꾼이 거짓말 한 이유

  • 등록 2015-09-07 오후 3:20:18

    수정 2015-09-07 오후 3:20:18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에 대한 해경의 조치가 늦어진데는 승선원 명부에 이름은 올랐지만 실제 탑승하지 않았던 한 낚시꾼의 거짓말이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인 지난 5일 돌고래호와 같은 시각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가기 위해 추자항을 떠난 돌고래1호는 날씨가 좋지 않자 추자항으로 돌아왔다.

추자항에 도착한 돌고래 1호 선장 정모(41)씨는 8시께 추자항 추자출장소에서 입항신고를 하며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연락두절 상황을 정식 신고한 것은 아니었다. 또 추자도 주변에는 통화가 원활하지 않은 지역이 많기 때문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정 선장은 입항신고를 한 뒤에도 계속해서 돌고래호와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8시 40분께 동료 선장 등과 함께 해경을 찾아가 정식으로 신고했다.

이에 해경은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5일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을 확인했다. 이는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도 알려졌다.

해경은 돌고래호 승선원 명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며 확인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마침 전화를 받은 A는 “돌고래호를 타고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실제 돌고래호에 타지 않고 해남에 남아있었던 것. 그는 승선원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배에 타지 않은 것으로 인해 돌고래호 선장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말을 믿은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돌고래호가 사고가 난 것이 아닌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만일에 대비해 해경은 다시 승선원 명부에 오른 사람들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아무도 연결되는 사람이 없었다.

같은 시각 A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고래1호 선장인 정씨에게 전화했고, 문제가 생겼음을 예감해 뒤늦게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자신이 배에 타지 않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날 9시 3분께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신고했고, 즉각 민간인 자율선박 5척을 동원해 정밀검색에 들어갔다.

추자도 예초리 해상에서 돌고래호의 마지막 V-PASS 신호가 잡힌 오후 7시 38분 이후 1시간 20여분이 지난 뒤였다.

이러한 낚시꾼의 거짓 대답, 허술한 승선원 명단, 악천후 속 V-PASS 모니터링과 다각적인 확인을 소홀히 한 해경 등 복합적 상황이 돌고래호 사고에서 큰 인명 피해를 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돌고래호는 5일 저녁 제주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긴 뒤 11시간 가까이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

이 사고로 돌고래호 승선자 중 10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실종된 8명에 대해서는 수색작업 중이다. 생존자 3명은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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