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1순위 800만명..분양시장 달굴까

"2002년 1순위 급증후 시장반등 전철 밟을수도"
"당장은 반전 가능성 낮아..관건은 가격회복 기대"
  • 등록 2011-04-28 오후 2:48:37

    수정 2011-04-28 오후 2:48:37

[이데일리 이태호 이지현기자]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 2년을 맞아 내달이면 사상 최대 규모의 청약 1순위자가 쏟아진다.   청약 대기수요 급증은 침체된 분양시장을 떠받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초 청약제도 변화로 인한 1순위자의 폭발적 증가가 청약 `광풍`을 몰고왔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한 청약경쟁률과 집값 폭등이 IMF 이후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뒤엎는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시점인 지난 2009년 5월 가입자 583만명이 내달중 가입기간 24개월을 채울 예정이다.

▲ 자료: 국토해양부, KB부동산
이들 중 미성년자를 제외한 400만명이 1순위 자격을 갖춘다고 가정하면 기존 통장 367만명을 합해 약 800만명에 달하는 두터운 1순위층이 형성된다.

1순위자의 급격한 증가 사례는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경험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3월 청약예·부금 가입 자격조건을 종전의 `세대주`에서 `20세 이상 성인`으로 완화하면서 1999년말 161만명이었던 입주자저축 가입자수는 이듬해 379만명으로 폭증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가 청약가입자, 즉 수요자 풀(pool)을 늘린 것은 IMF 이후 침체된 분양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는데, 2009년 MB정부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 출시도 같은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청약제도 변경에 따른 효과는 2년 뒤 가입자들이 1순위로 올라서면서 본격화됐다. 2001년 11.3대 1(동시분양 일반경쟁률 평균 기준)을 기록했던 서울시 청약경쟁률이 1년만에 58.3대 1로 폭증한 것이다.

또 지난 2001년 가까스로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은 2002년에 무려 22.8%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위쪽 표)

전문가들은 내달 1순위자 대거 배출이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분양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소장은 "1순위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시장 수요층이 그만큼 두터워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수요층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변동성을 키우거나 쏠림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도 "아파트 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새 통장 1순위자는 당장 가입기간이 2년 밖에 안돼 경쟁력이 떨어지만 승산이 있는 특별공급 물량의 경우 경쟁률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 내 과거와 같이 뜨거운 청약 열기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10%에 이르는 데다가 미분양 적체가 여전하고, 주택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 역시 낮기 때문이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통장이 많아도 사람들이 당장 적극적으로 청약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인데, 경쟁자가 많아졌다고 무턱대고 청약에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연구소장은 관건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회복이라고 지적하고, "관심층이 많아진 상황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전반적인 경쟁률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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