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회장직에 공모할 때 시중에 회자된 말이다. 명문 사립대 총장 출신으로 장관직과 한국은행 총재직 유력 후보였던 거물급 인사가 민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직을 선택하는 것은 격(格)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어 회장도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K대(고려대학교) 출신 원로들로부터 이런 압력(?)을 받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비슷한 일이 KB금융에서 또 다시 일어났다.
통상 은행권에서 은행장 인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지주사 사장 인사가 화제였다. 은행 안팎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사인데다 민간 금융회사에서 보기 힘든 거물급 관료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어 회장의 용인술이 뛰어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 신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넘도록 금융권 인사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단계에서 항상 고배를 마셨다.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등 기획재정부 핵심 요직을 거친 능력과 후배들의 두터운 신망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말 반년동안 차관직을 역임했던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실제 이번 인사를 본 금융위원회 공무원은 "격이 맞지 않다",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차관직에 올랐던 `모피아`들은 대개 다른 부처 장관이나 산업은행 총재(현 산업은행장)를 역임하며 그동안 쌓았던 정책금융 노하우와 네트워크을 활용했던 게 일반적이었다. 더구나 KB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따져보면 KB금융 사장은 `넘버 3`에 가깝다.
이런 차원에서 임 사장의 `격식 파괴`에 대한 용기와 결단에 격려를 보내는 반응도 적지 않다.
임 사장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주회장을 서포트(지원) 하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강조, 2인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임 사장의 정책금융 경험과 금융권 네트워크는 지난 1년간 관치에 시달려왔던 KB금융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위에선 진동수 위원장(행시 17기)을 제외한 나머지 관료들이 모두 임 사장의 후배들이다. 임 사장 역시 차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관료 선후배와 민간 전문가들을 폭넓게 만나며 인맥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핵심보직 위치에 있는 관료들은 대부분 금융정책국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후배들"이라며 "결국 장관급 회장이, 차관 출신 관료를 데려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지주의 `리딩금융그룹` 위상 회복을 주도할 `넘버2`로 나선 임 사장. 그의 권한과 역할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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