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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오는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이를 오는 24일로 연기한다고 심의위원 및 관련 업계에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돌연 일정 연기 통보를 받았으나 사유는 따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개정안이 규개위를 거치면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의 절차만 남게 되는데, 최근 유류 가격 공개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재논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화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판매 대상과 지역별 가격을 주·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앞서 유류 도매가격 공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으나 알뜰주유소 도입 등 다른 규제 논의로 유보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해외에 도입된 적 없는 강력한 규제라고 주장하는데, 반대로 선진국 사례 중 국내처럼 일부 정유사들이 과점하는 구조도 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은 50여개의 정유사가 휘발유를 대규모로 사서 공급하고 경쟁도 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유사들은 해외 수출 비중이 60% 이상으로 국내 매출이 크지 않다는 논리도 펴고 있는데, 한 번도 정부에 구체적인 영업이익 비중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정부에서는 정유사들의 휘발유 내수 공급 가격이 수출 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사 ‘영업비밀’ 반발…“시장 논리 어긋나”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과도한 시장개입이 우려되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역효과’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적한 지역별 휘발유 가격 편차는 거리에 따른 수송비와 주유소 임대료 등 원가 차이에서 나오는데 이를 일원화하는 자체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주유소 간 담합 우려도 제기된다. 도매가격을 공개한 초반에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주유소가 등장해 ‘출혈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경쟁에서 뒤처진 주유소는 폐업하고 남은 주유소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 암묵적 담합을 조장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유사를 둘러싼 ‘횡재세’ 등 과세 논의는 지난해 고유가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정유사 배만 불렸다는 시선에서 촉발했다. 초과이익을 냈으니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사 수익은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이 아닌 해외에서 사 온 원유가격에 정제·가공 후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매출의 6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이미 2008년 도입된 ‘오피넷’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별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이번 개정안으로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부작용 우려가 훨씬 크다”며 “해외에도 유례없는 규제인 만큼 정부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