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3차담화서 '2선후퇴' 선언..'너무 늦었다' 지적도(종합)

'100만 촛불' 목도..靑, 탈당·2선후퇴로 전격 선회
검찰 조사 계기로..정치권, '朴탄핵' 밟을 가능성
  • 등록 2016-11-13 오후 8:13:40

    수정 2016-11-13 오후 9:33:48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이른바 ‘100만 촛불집회’를 똑똑히 목도한 박근혜 대통령의 손에 쥐어진 선택지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청와대가 13일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정연국 대변인)이라고 공식 밝히면서 국민적 요구인 ‘하야’에 확고한 선을 그은 만큼, 박 대통령이 조만간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탈당과 함께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2선 후퇴를 전격 선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종전과 같은 ‘찔끔찔끔’식 대응으로는 국민적 공분만 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공’을 받아들 정치권, 다시 말해 각 당은 물론 계파, 대선주자 간에서도 ‘2선 후퇴’의 의미를 두고 제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통일된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잡음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인 데다, 군 통수권과 외교사절 신임권, 계엄선포권 등 대통령 고유 권한과 외치의 전면적인 이양이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일각에선 결국 ‘절반의 2선 후퇴’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여권 내부에서도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주 예정된 박 대통령의 검찰조사를 계기로 결국 ‘탄핵정국’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관저까지 들린 ‘하야’ 함성..靑 ‘모두 내려놓자’ 전격선회

청와대는 100만 촛불집회가 열린 주말 내내 매우 긴박하게 움직였다. 12일 수석비서관 전원이 출근해 수석실별로 정국수습방안을 숙의한 뒤 오전·오후에 걸쳐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였다. 13일 오전 마지막 회의에서 논의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도 집회상황을 직접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경찰이 불허해왔던 청와대 턱밑 도로인 사직로와 율곡로에서의 집회 시위행진을 첫 허가하면서 청와대 관저까지 시위대의 ‘하야’ 구호를 직접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박 대통령의 두 차례의 대국민사과와 인적쇄신, 검찰조사 수용, 국회추천 총리 임명 및 내각 통할권 부여, 영수회담 제안 등 모든 카드가 먹혀들지 않고 있는 터여서 청와대 내부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나왔다. 종전처럼 ‘찔끔찔끔’ 식으로 대응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장외투쟁을 삼갔던 여야 3당 지도부까지 거리로 뛰어나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100만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박 대통령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졌다. 청와대가 하야를 제외한 ‘모든 걸 내려놓고 가겠다’는 이른바 ‘정공법’으로 회귀한 이유다.

보고서에는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2선 후퇴와 대부분의 권한이양을 선언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제안을 놓고 여야 3당이 영수회담을 통해 추인하면 여야 합의로 선출된 총리가 자신의 권한으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거국내각의 명분·취지를 최대한 살리고자 ‘새누리당 탈당’도 함께 추진될 공산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절반의 2선후퇴’ 절충 가능성 vs ‘탄핵 정국’ 귀결 전망

만약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할 경우 정국은 빠른 속도로 수습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야권도 이번주에는 영수회담 수용 등의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제·안보 복합위기 와중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친 상태여서 여야 모두 수습에 속도를 내려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2선 후퇴’의 의미를 두고 야권 내부에서도 통일된 안이 나오지 않는 데다, 군 통수권과 외교권을 포함한 외치 권한 모두를 국회추천 총리에게 넘기는 것이 ‘위헌적 발상’이라는 의견도 작지 않아 향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놓고 정치권의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여야가 합의 추대한 새 총리에게 ‘조각권 포함 대부분 권력 이양’ 선에서의 ‘절반의 2선 후퇴’ 수준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이유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상회담은 아무래도 나라의 정상(박 대통령)이 하셔야 되지 않겠나. 그리고 국군 통수권자는 헌법이 보장한 권한 아니겠나”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 만큼 권력이양을 놓고 여야청 간 타협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도 “야권이 지금은 ‘2선 후퇴’를 외치지만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를 떠맡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절충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에선 박 대통령이 결국 ‘탄핵’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분수령은 이번 주 예정된 검찰 조사다. 만약 검찰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조금이라도 적시된다면 여론에 밀린 정치권이 탄핵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미 박 대통령이 단계적 퇴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박(비박근혜)계 수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웠다”며 박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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