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 '메르스 판박이'…국내 최대 양돈단지도 뚫렸다

충남 홍성 양돈농가서 양성확진 판정
"방역당국 초기대응 실패에 양돈가 의심신고 은폐 겹쳐
  • 등록 2016-03-22 오후 1:59:28

    수정 2016-03-22 오후 1:59:28

[충청=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국내 최대 양돈단지인 충남 홍성이 뚫렸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전날 충남 홍성의 한 양돈농가에서 발견된 구제역 의심 돼지에 대해 정밀 검사 결과, 양성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 1200두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이 일대 돼지를 대상으로 추가 백신접종을 하는 등 긴급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일제검사는 구제역 확산차단과 숨어 있는 오염원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지역 중심의 구제역 근절을 위해 일제검사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경우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부분살처분을 적용하는 한편 도축물량 적체를 지방정부간 협력을 통해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제역은 한 분야의 힘만으로는 절대 근절하지 못한다. 생산자 단체와 기관, 정부 등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며, 무엇보다 축산농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살처분 및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엄청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구제역은 반드시 근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백신접종과 차단방역 등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초기 대응에 허점을 보이면서 구제역 바이러스는 충남 전역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충남 공주와 천안에 이어 논산지역 14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21일 현재 모두 1만 3000여두의 돼지가 도살 처분됐다.

이어 21일에는 돼지 50만두가 사육되는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에서 예찰을 벌이던 중 비육돈 4마리 발굽에서 의심증상이 발견됐고, 이날 최종 양성판정이 나왔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충남에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지난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방역당국이 우왕좌왕하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동시에 양돈농가의 의심신고 은폐 등 도덕적 해이와 맞물려 확산 저지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충남 논산의 A양돈농가는 사육 중인 돼지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있었지만 이를 숨긴 채 도축을 위해 돼지를 출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농가는 지난 4일 구제역 의심증상을 은폐한 후 지난 7일과 8일 돼지 수백두를 계속 출하했으며, 방역당국이 충남 논산 성광단지에 대한 예찰을 진행하던 중 지난 11일 구제역을 뒤늦게 확인했다.

결국 지난 10일부터 충남 논산 성광단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22일에는 충남 홍성까지 구제역 확산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방역당국 관계자는 “첫 구제역 발생·신고 시 살처분 보상금이 20% 감액된다는 이유로 이 농가가 신고하지 않고, 쉬쉬한 것 같다”며 “소독과 백신접종 등 가용가능한 모든 행정적 조치를 다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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