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용등급 강등 위험 커졌다

작년 등급상하향배율 1.1배..전년 7.3배대비 급감
긍정적 등급전망 줄고 부정적 전망 늘어
"경제 저성장 기조·기업 실적 개선 제한적"
  • 등록 2013-02-04 오후 3:30:54

    수정 2013-02-04 오후 3:30:54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해 세계 경기둔화 및 기업들의 실적 저하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기업 신용등급 상향 기조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 실적 개선세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 기업 신용 등급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보유한 363개사 가운데 48개사의 등급이 바뀌었다. 이 중 등급 상향 기업은 22개사로 전년 44개사 대비 반 토막 났고, 등급 하향 및 부도 발생 기업은 각각 20개사, 6개사로 전년 6개사, 3개사 대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등급 상향 업체 수를 하향 업체 수로 나눈 등급 상하향배율(Up/Down ratio)은 1.1배를 기록, 전년 7.3배 대비 크게 줄었다. 등급변동 성향(Rating Drift Rates)은 0.6%를 기록, 전년(11.9%)보다 1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등급 상향 업체 수에서 하향 업체 수를 뺀 값을 유효등급 보유 업체 수로 나눈 값으로, 상향 업체 수가 많을수록 비율이 높아진다.

한기평은 “유로존의 재정위기 우려 확산 및 세계 경기 둔화,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상향 기조가 빠르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자료 : 한국기업평가
지난해 등급이 오른 22개사 중 대봉엘에스(BB-→BB)를 제외한 21개사가 투자등급 기업이었다. 투기등급에서 투자등급으로 오른 ‘Rising Star(떠오르는 별)’는 한 곳도 없었다. 2007년 이후 Rising Star는 전무한 상태다. 반면, 대한전선(BBB→BB+)과 성신양회(BBB-→BB+) 쌍용건설(BBB+→BB+) 등 3개사가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며 ‘Fallen Angel(추락천사)’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밖에 남광토건과 네이처글로벌 동양텔레콤 세계투어 지앤디윈텍이 기존 투기등급에서 부도(D) 처리됐고, 웅진홀딩스는 투자등급(A-)에서 단숨에 D 등급으로 추락했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 이상 변동하는 LRC(Large Rating Changes)는 상승 LRC 1개사, 하락 LRC 5개사로 전년 0개사, 1개사 대비 크게 늘었다. 기업별로는 CJ대한통운(A→AA-)이 CJ그룹 편입 효과 및 관계사 지분 매각 등으로 두 등급 올랐다. 반면 대한전선과 인스프리트(B→C), STX팬오션(A→BBB+), 쌍용건설, 대성산업(A→BBB+) 등은 각각 2~3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12개사, 서비스 3개사, 금융 7개사의 신용등급이 올랐고, 등급하락은 각각 10개사, 7개사, 3개사였다. 특히 운송, 건설, 조선운송장비, 화학, 자동차, 금융 등의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등급변동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전반적인 신용등급의 방향성은 하방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점진적인 경기회복 전망에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 실적 회복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등급변동 가능성을 의미하는 등급 전망도 ‘부정적’ 전망은 증가한 반면 ‘긍정적’ 전망은 감소했다. 전체 유효신용등급 중 안정적(Stable) 비중이 94.1%로 절대적 수준을 차지한 가운데 긍정적(Positive) 비중은 전년말 6.6%에서 2.8%로 3.8%포인트 하락했고, 부정적(Negative) 비중은 전년말 1.9%에서 2.8%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조원무 한기평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세계 경기의 점진적 회복에 힘입어 올해 수출 경기는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가계부채 부담 등에 따른 내수 부진 등으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경기 및 기업실적 전망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신용등급의 방향성은 하방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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