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시장 관리자의 고민

  • 등록 2003-03-10 오후 5:15:15

    수정 2003-03-10 오후 5:15:15

[edaily 이경탑기자] 코스닥시장이 연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10일 코스닥지수는 36.20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이달들어 6번째이나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무기력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조달이라는 시장 본연의 기능을 잃은 상태입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 코스닥증권시장 신호주 사장의 최근 심정은 어떨까요. 증권부 이경탑 기자가 전합니다. 신호주 사장은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출입기자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코스닥시장이 역사적 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갖는 간담회라 기자들 사이에는 뭔가 `기사꺼리`(시장회생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간담회에는 50여명이 넘는 코스닥 담당 기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모두들 인사말을 위해 일어선 신 사장의 입을 주목했습니다. 신 사장은 "코스닥시장 간담회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모시기는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한 장의 A4용지를 꺼내 읽어내려갔습니다. 제 목 : 다시 겨울 아침에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한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오늘은 희망이라고 깃을 치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하늘을 보네 신 사장은 이해인 수녀가 지은 이 시(詩)를 읽고 난 후 최근 자신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했습니다. 또 "최근의 코스닥시장 침체는 악화된 국내외 주변여건 외에 등록기업들의 짧은 업력과 시장관리자(코스닥증권시장)의 시스템과 직원의 미숙에도 기인한다"며 시장침체의 책임을 일부 자신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이와 함께 "강원랜드가 거래소로 이전할 경우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강원랜드, 산자부 및 금융관련 부처를 방문해 거래소 이전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망한 기업의 유치에 적극 나서고 싶지만 등록심사권이 코스닥위원회에 있어 이마저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코스닥위원회와 코스닥증권시장간 역할 조정의 필요성도 거론했습니다. 끝으로 "겨울이 지난 자리에 자연스레 봄은 온다"며 향후 코스닥시장의 신뢰회복 등 재기에 대한 희망으로 신 사장은 인사말을 맺었습니다. 신 사장은 여느 기관장이나 기업체 CEO들이 흔히 즐기는 골프보다는 등산을 더 좋아합니다. 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기를 즐겨 합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기 드문 시 낭송으로 현재의 심정을 표현한 신 사장의 말 못할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0년 초 지수 300을 넘보던 코스닥시장이 지금은 30대 중반에서 헤매고 있는 상태이니까요. 하지만 이같은 코스닥시장 침체는 시장 안팎의 악재도 한몫하고 있지만 등록기업들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더 큽니다. 부진한 실적, 횡행하는 주가조작, M&A나 A&D 포장한 머니게임, CEO들의 회사자금 횡령 등등.... 결국, 안으로 곪아있던 종기가 터진 것입니다. 신 사장의 말대로, 찬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계절처럼 전쟁 등의 악재만 해소되면 코스닥시장도 저절로 기력을 차릴 수 있을까요. 코스닥시장의 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내부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자생력을 갖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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