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패권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저전력 LPDDR5 D램과 그래픽용 GDDR D램에서도 두 회사가 기술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 삼성전자 LPDDR5X 0.65mm 제품 크기 비교.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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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소 두께를 구현한 12나노급 LPDDR5X D램 12·16GB(기가바이트) 패키지 양산을 시작했다.
이 제품의 두께는 0.65mm다. 현존하는 12GB 이상 LPDDR D램 중 가장 얇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크기 12나노급 LPDDR D램을 4단으로 쌓고 패키지 기술, 패키지 회로 기판 및 EMC(반도체 회로 보호재) 기술, 패키지 공정 중 웨이퍼 뒷면을 연마하는 백랩(Back-lap) 공정 기술력을 극대화해 웨이퍼를 최대한 얇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두께를 약 9% 줄였다. 열 저항도 약 21.2% 개선했다. D램을 얇게 만들면 점점 작아지는 디바이스 기기에서 공간 확보가 유용하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미디어텍과 LPDDR5X D램 동작 검증도 마쳤다. 동작 검증은 미디어텍과는 16GB 패키지 제품으로 협업했다. 이 제품은 업계 최고 속도인 10.7Gbps(초당 기가비트)를 구현한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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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LPDDR5X 성능을 높인 LPDDR5T를 지난해 선보인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비보에 납품하고 있다. 이 제품은 초당 9.6Gb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LPDDR5T D램의 공급 소식을 공개할 때만 해도 이 제품의 속도가 가장 빨랐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4월 LPDDR5X 개발 소식을 알리며 반격했다.
두 회사의 기술 경쟁은 그래픽 메모리 제품 GDDR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년 전인 지난해 7월 7세대 GDDR7 D램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32Gbps 동작 속도를 구현하며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는 1.4배, 전력 효율은 20% 개선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GDDR7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GDDR7 개발이 삼성전자보다 늦었지만 삼성전자 제품보다 빠른 최고 동작 속도를 구현하며 한 발 앞서 나갔다. 기본적으로 32Gbps 동작 속도를 구현하는 건 같지만,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가 높아진다. 또 신규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전력 효율을 이전 세대 대비 50% 이상 향상시켰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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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건 LPDDR과 GDDR 모두 AI 수혜 품목이기 때문이다. 통상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LPDDR은 저전력이 특징이다. 이에 전력 소모가 많은 데이터센터에서도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GDDR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변에 탑재돼 GPU 연산을 돕는 메모리인데, 고성능 HBM이 필요하지 않은 AI 가속기에는 GDDR이 유용하다. 실제 반도체 거장으로 꼽히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는 HBM 대신 GDDR6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AI 가속기에서는 HBM이 주로 쓰이지만 LPDDR와 GDDR도 AI 효과가 크고,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는 HBM보다 범용 제품 비중이 더 크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메모리가 AI향 제품으로 부각되고 AI 메모리 리더십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꾸준히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