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태국정치 앙숙…군부 정당, 탁신파 주도 연정 참여키로

쁘라윳 총리 이끄는 연합태국국가당, 프아타이 주도 연정 참여
22일 총리 선출 투표…군부 지지 바탕으로 프아타이 집권 전망
집권 기회 뺏긴 전진당 "연정 협상, 국민 목소리 반영 안해"
  • 등록 2023-08-18 오후 3:31:30

    수정 2023-08-18 오후 3:31:3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20년 가까이 태국 정치 주도권을 두고 다투던 탁신 친나왓 전(前) 총리 세력과 군부가 손을 잡았다.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정권에서 배제당한 전진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프아타이 당사 앞에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프아타이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AFP)


‘16년 악연’ 탁신파-군부, 연정 구성에 합의

17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연합태국국가당은 프아타이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에 참여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현재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프아타이는 탁신 전 총리 세력이 중심이 된 정당으로 부동산 재벌 출신인 스레타 타위신을 총리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이끄는 연합태국국가당은 군부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프아타이는 또 다른 친군부 정당인 인민국가권력당에도 연정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태국 의회는 오는 22일 총리 선출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총리 선출을 위해선 상원(250석)과 하원(500석) 합동 투표에서 과반 지지(376표 이상)를 받아야 한다. 현재 프아타이는 하원에서만 274표를 확보했다. 연합태국국가당의 연정 합류로 군부가 임명한 관선 상원의원들도 프아타이에 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탁신 전 총리 세력과 군부는 20년 가까운 악연이 있다. 2006년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전 총리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탁신 전 총리는 군 인사 등을 두고 군부와 갈등이 겪어왔다. 이후 탁신 전 총리는 2008년 잠시 태국에 들어온 걸 제외하곤 줄곧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이후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군부에 맞서기 위해 2008년 만든 당이 프아타이다. 2011년 총선에서 프아타이가 승리하면서 잉락 친나왓이 총리가 됐지만 오빠를 사면하려다 권력 남용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됐다. 잉락 전 총리 해임 후 2주 만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부패 혐의로 잉락 전 총리의 재산을 몰수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이때 육군 참모총장으로서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이 쁘라윳 현 총리다. 결국 잉락 전 총리도 오빠처럼 태국을 떠나야 했다.

전진당, 총선서 승리하고도 정권서 배제

이 같은 구원(舊怨)이 있는 탁신 전 총리 세력과 군부가 손을 잡은 건 이들이 양분해왔던 태국 정치 구도가 최근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총선(하원의원 선거)에서 전진당은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창당 4년 만에 원내 1당 자리에 올랐다. 프아타이가 선거에서 2당으로 밀린 건 창당 후 처음이었다. 전진당은 군부와 프아타이, 양쪽에 모두 염증을 느끼던 청년층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기세를 몰아 전진당은 피타 림짜른랏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피타 대표는 상원 지지를 얻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다. 프아타이도 처음엔 피타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지했지만 연정 주도권을 넘겨받은 후엔 아예 전진당을 연정 협상에서 배제했다.

프아타이와 군부의 야합에 전진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현재 연정 협상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총리 선출 투표에서 프아타이를 돕지 않겟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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