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이처럼 비교적 깔끔한 판단을 내린 데 반해 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한 방향으로 설명하기에는 변수가 워낙 많다는 게 그 이유다.
◇ 홈쇼핑 이리보면 악재 저리보면 호재
우선 롯데로 간판을 바꿔달게 될 우리홈쇼핑과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홈쇼핑 업체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롯데가 현재 4위권으로 처져있는 우리 홈쇼핑에 마케팅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할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건 뻔한 공식이다. 주가가 이틀 연속 속락한 것 역시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홈쇼핑 업체들의 주가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종을 담당하는 교보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려는 가격이 너무 높다"며 "CJ홈쇼핑과 GS홈쇼핑(028150)의 시장가치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이번 거래 자체가 홈쇼핑 업체들의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잣대를 보다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홈쇼핑이 비싸게 팔린다면 그보다 훌륭한 실적을 내고 있는 GS와 CJ의 기업가치는 그보다 더 높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유통업체의 대표격인 신세계는 다소 여유로운 입장이다. 롯데쇼핑이 홈쇼핑에 눈을 돌리면서 할인점 인수경쟁에서 벗어나 다소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식시장 상장으로 4조원 가량 확보된 롯데쇼핑의 투자용 실탄이 신세계로부터 다소 멀리 떨어져있는 전선(戰線)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결코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
◇ 롯데 스스로가 더 문제..숙제 산더미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눈빛은 롯데의 주변 경쟁상대들보다는 오히려 롯데쇼핑으로 쏠리고 있다. 롯데가 월마트와 까르푸를 인수하려 할 때와는 사뭇 다른 시선들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홈쇼핑 사업은 성격상 오프라인의 상품소싱과 유통 능력보다는 케이블망을 가진 SO와의 사업관계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며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한다고 해도 오프라인에서 힘을 주던 '롯데'의 브랜드 파워가 그대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홈쇼핑의 2대주주이던 태광산업(003240)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우리나라 케이블TV 시청 가정의 30%를 장악하고 있는 최대의 MSO 업체다. 태광산업과 원만히 손을 잡을 경우는 CJ홈쇼핑과 GS홈쇼핑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지만 태광이 등을 돌릴 경우 현재 우리홈쇼핑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에도 힘이 부칠 수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위한 채널이라는 우리홈쇼핑의 성격상 롯데그룹의 인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백화점을 더 짓는 것은 돈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방송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홈쇼핑 채널 인수는 자금력만으로 밀어부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우리홈쇼핑 인수는 아직 그 영향을 점치기에는 인수 자체에 많은 변수가 남아있어서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우선 방송위와 태광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포인트"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