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55)은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이은 초대형 기술 수출 계약에 대해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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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규모만 총 7조원이 넘고, 확보한 계약금만 7356억원이다. 작년 매출 5820억원의 업체가 낸 성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빅딜’이다. “신약 성과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던 이 대표의 약속이 현실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게 이제서야 성과를 내면서 봇물이 터진 것 같다”고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밝혔다. 최근 집중적으로 대형 계약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리가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 간의) 경쟁이 붙으면서 예상치 못하게 짧은 기간을 두고 계약이 연이어 성사됐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신약 후보 물질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아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신약 기술 이전을 위해 경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빅딜의 상대방은 세계 1위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을 비롯해 사노피,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제약사들이다. 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한미약품의 신약 판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펼치면서 계약 속도도 빨라졌고 계약 금액도 치솟았다. 한미약품이 지난 5일 사노피와 체결한 5조원 규모의 당뇨치료제 수출 계약은 글로벌 빅딜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꼽힌다.
철저하게 준비된 ‘스타 탄생’이었다. 세계 의약품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투자에 매진한 결과다.
그는 “랩스커버리의 임상 자료를 보면 일주일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번 투여해도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부작용 없이 약효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세계적으로 당뇨 질환이 심각해지면서 투여하는 약물의 양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약물 투여 횟수를 줄이는 약물의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미약품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재편하면서 신약과 복합제에만 집중하고 회사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던 복제약(제네릭)과 단순 개량신약 개발은 전면 중단했다.
당시 시장경쟁 심화로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과감한 투자로 정면돌파를 결정한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신약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항암제, 면역질환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두드렸다. 한미약품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매출의 15%가 넘는 5288억원을 R&D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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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했다. 신약 개발 단계부터 해외 저명한 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자문을 구하면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을 조정했다. 학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연구진들이 한미약품의 약을 직접 연구하면서 글로벌제약사들에도 자연스럽게 한미약품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열린 당뇨학회에서 해외 업체 11개사가 우리 연구결과를 직접 듣고 관심을 표명했고 수천명이 몰려와서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31년 동안 신약 연구 과정을 모두 들여다봤다. 이 대표는 “연구원들이 열심히 했고. 회사는 연구원들을 믿고 결과 안나와도 묵묵하게 기다려줬다”며 연구원들에 공을 돌렸다.
그는 “기술 수출 계약한 제품들이 상업화 단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파트너사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 단계 차원 높은 신약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현재 다른 국내제약사들도 글로벌에서 통할만한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또 다른 제약사들도 신약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여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1960년 충남 서산 출생으로 서울대 화학교육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연구소장, R&D 본부 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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