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최경환 2기 경제팀, 정책공조 가능성은?

시장 "정부, 한은에 금리인하 요구 거세질 것"
한은 "통화정책보다는 신용정책 요구 거세질 우려"
  • 등록 2014-06-13 오후 3:52:28

    수정 2014-06-13 오후 3:53: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의 양대축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 내정자간 향후 관계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내수부양 등 성장을 위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내정자 역시 경제팀 2기를 총괄하게 되면, 내수회복 등 경제회복 불씨를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3년 후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은의 협조가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경제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내적으로도 세월호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내수부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원화 절상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경기회복세가 정부와 한은이 예상했던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최 내정자의 성향을 봤을 때 향후 이 총재에게 금리인하 등 적지 않은 압박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홍철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한은이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리면 2기 경제팀의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4월2일 이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한은을 찾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은지 얼마 안됐던 때였다. 현 부총리는 한은 출신임을 강조하며 이 총재에게 초상화를 선물하고 자주 만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암묵적인 압박 또는 정책공조 요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해석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각종 경제지표 등 합리적인 수준에서 고려해보면 금리인상 시기를 조금 미뤄달라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수장과 한은 총재는 늘 그렇듯 웃으며 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은과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주택금융공사에 총 4000억원을 출자하고, 주금공 MBS를 한은 RP대상 증권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만으로도 한은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최 내정자가 경제 정책적 감각이 뛰어난데다, 주요국 금리가 제로 수준인 상황에서 통화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별다른 요구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김중수 전 총재 때처럼 신용정책과 관련해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 내정자와 이 총재가 같은 연세대학교 동문인 만큼 밀월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 내정자는 연세대 경제학과 1975학번으로 같은 학교 경영학과 1970학번인 이 총재의 후배다. 그러나 한은 다른 관계자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에 있어 협력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 한 나라와 한 조직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데 대학 동문이라고 형편을 봐주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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