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들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내수부양 등 성장을 위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내정자 역시 경제팀 2기를 총괄하게 되면, 내수회복 등 경제회복 불씨를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3년 후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은의 협조가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경제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내적으로도 세월호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내수부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원화 절상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4월2일 이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한은을 찾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은지 얼마 안됐던 때였다. 현 부총리는 한은 출신임을 강조하며 이 총재에게 초상화를 선물하고 자주 만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암묵적인 압박 또는 정책공조 요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해석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각종 경제지표 등 합리적인 수준에서 고려해보면 금리인상 시기를 조금 미뤄달라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수장과 한은 총재는 늘 그렇듯 웃으며 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은과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주택금융공사에 총 4000억원을 출자하고, 주금공 MBS를 한은 RP대상 증권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만으로도 한은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 내정자와 이 총재가 같은 연세대학교 동문인 만큼 밀월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 내정자는 연세대 경제학과 1975학번으로 같은 학교 경영학과 1970학번인 이 총재의 후배다. 그러나 한은 다른 관계자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에 있어 협력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 한 나라와 한 조직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데 대학 동문이라고 형편을 봐주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