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정부 과천청사 1동 기획재정부 건물 지하에는 무려 4만여 점의 각종 서적을 관리하는 도서관이 있다. 50평 남짓한 이곳을 33년째 지켜온 허경자(54세·
사진) 씨가 17일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없어진 고용직으로 들어와 허 씨처럼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윤태 재정부 인사과 주무관은 “고용직은 현재 기능 10급 수준으로 사무관 5급까지 다섯 단계를 넘게 승진하기는 쉽지 않다”며 “2년전 박미란 현 기자실장이 5급으로 승진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 1979년 고용직으로 공직에 입문, 과거 재무부 시절에서부터 현 기획재정부까지 부처와 소속 공무원들이 겪은 변화와 풍파를 30년 넘게 지켜봐 왔다. 하루 평균 40~50명 정도가 드나드는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면서 허씨의 기억에 유독 남은 사람은 신제윤 현 재정부 제1차관.
“(신제윤 차관을) 사무관 시절부터 봐왔는데 도서관 이용이 잦아 남다르다고 느꼈어요. 통상 도서관 출입이 빈번하신 분들이 잘 되시더라고요.” 차관이 되고 난 후로는 예전만큼 자주 볼 수 없지만, 자료를 요청할 때도 늘 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김규옥 기획조정실장도 자주 눈에 띈다고.
허 사무관은 바쁜 공무원들의 입장을 감안해 도서의 대출과 반납을 융통성있게 운영하고, 공무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구하려고 애써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허 씨는 “요청하는 자료들이 없으면 타 부처나 연구원 등의 사서에게 연락해 빠르게 입수하려고 했다”면서 “주위 분들의 배려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얻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7년 12월 문을 연 경제 디지털 도서관도 허 씨의 아이디어였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직접 정부 간행물이나 연구보고서, 일반도서, 통계자료 등을 검색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PDF 파일로 자료를 열람하거나 내려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