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참으로 어려운 국면이다. 숲(시장)도 나무(종목)도 맥을 못추고 있다. 경기회복 지연과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18일 종합주가지수는 전강후약의 흐름속에 8.40포인트(1.53%) 떨어진 540.53포인트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540선을 깨고 내려갔다. 코스닥지수도 2.14포인트(3.05%) 하락한 68.03포인트로 마감했다.
선물지수도 1.35포인트(1.99%) 떨어진 66.55포인트로 마감, 최근월물 지수기준으론 석달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주식시장은 연일 개장초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승폭이 둔화되거나 하락세로 되밀리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거래소시장은 지난 4월 중순에 발생시켰던 상승 돌파갭(540~560P)을 이날 모두 메꿨다. 장중 한때 상승갭의 하단부를 뚫고 내려가기도 했다. 이 상승갭의 하단 지수대는 그동안 지지선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이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세 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종합주가지수와 가장 유사한 시세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증권업종지수는 최근 사흘간 큰 폭으로 떨어졌고 거래량(대금) 지표들도 완전 역배열 상태에 놓여 있다.
개별종목도 초토화됐다. 주식값이 떨어진 종목은 거래소(649개)와 코스닥(486개)을 합쳐 1100개를 넘어섰다. 이달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하락종목수가 1000개를 웃도는 날이 하루 걸러 한번씩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시황분석가들은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과 저가 메리트를 바탕으로 한 단기 투자보다는 시세에 순응하면서 저점을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나서기 보다는 조심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무너진 상승갭 하단부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540선을 힘겹게 턱걸이 했다. 그러나 지난 4월18일과 19일 사이에 발생시킨 상승갭(540~560P)의 하단부가 장중에 뚫렸다. 개운치 못한 맛이다.
지수 540선은 올 최저점(490P) 대비 고점(630P)간의 상승폭(140P)을 견주어 볼때 3분의 2 조정 수준과 맞물리는 지수대이기도 하다. 과연 540선이 버텨줄 것인가.
하락갭이 상승국면에선 저항선으로 작용하듯이, 상승갭은 하락국면에선 지지선 역할을 해내곤 한다. 하지만 이날 장중에 상승갭의 하단부가 뚫림으로써 지지 기대감이 퇴색되고 있다. 특히 한번 뚫린 지수대는 마감지수로 확인을 시켜주는 경향이 높다는 과거의 학습효과도 장세 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맥 못추는 증권업종
증권업종은 시장의 등락과 상관관계가 높은 업종이다. 때문에 증권주는 상승국면을 이끌기도 하고 반대로 약세장에선 먼저 꼬리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증권업종이 이날 38.09포인트(3.25%) 떨어진 1133.86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영증권우선주와 유화증권우선주 두 종목만 강보합을 나타냈을 뿐 37개 종목이 떨어졌다.
증권업종지수는 최근 사흘간(13~18일) 하락률이 8.69%에 달했다. 여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셈이다.
증권업종지수는 ▲5일선 1183P를 비롯 ▲20일선 1280P ▲60일선 1346P 등으로 중단기선이 역배열을 나타내고 있다. 거래지표는 완전 역배열이다.
우선 거래량은 ▲5일선 1131만주 ▲20일선 1231만주 ▲60일선 2461만주 ▲120일선 3421만주 등으로 단기선일수록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거래대금도 ▲5일선 860억원 ▲20일선 944억원 ▲60일선 1873억원 ▲120일 2418억원 등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소극적인 외국인
외국인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현선물을 모두 팔았다. 매도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미국증시와 엇박자로 움직임이는 게 신경 쓰인다. 뉴욕증시가 올라도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황분석가들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이머징마켓의 불안감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안정성을 추구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다.그러나 이보다는 서울 증시의 근본적인 취약함이 외국인들을 관망세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189억원을 순매도하며 이틀째 팔자우위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선 거의 매매균형을 이뤘지만 2600만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선물시장에서도 1451계약의 매도포지션을 취해 추가하락을 염두한 매매행태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158억원)를 비롯 한국통신(76억원) 전기초자(58억원) S-Oil(37억원) 국민은행(34억원) 삼성전자1우(29억원) 현대중공업(25억원) 현대백화점(20억원) 신세계(18억원) 등을 사들였다.
반면 하이닉스(277억원)를 필두로 삼성SDI(95억원) 신한은행(68억원) LG전자(56억원) 삼성전기(45억원) 기아차(39억원) 삼성증권(36억원) 포항제철(26억원) LG화학(25억원) 대림산업(17억원) 등의 순으로 매도에 나섰다.
◇눈여겨 볼 단기 변수들
눈앞으로 다가온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여부(19일)와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20~22일)의 결과도 주목의 대상이다. G7회의에선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이머징 마켓에 대한 대책과 선진국의 공조체제 모색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 앞서 18일밤에도 눈여겨 볼 재료들이 즐비하다. 우선 미 연준리 그린스펀 의장의 상원의회 발언도 확인해 볼 일이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신규주택건수, 실질소득 등 거시지표도 발표된다. 그리고 IBM을 비롯한 보잉 AOL 포드사 등의 기업실적도 요한 단기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세에 순응할 때
현 증시는 결코 순탄한 모습이 아니다. 굳이 위험을 떠않으면서까지 시장을 역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시세흐름에 순응하면서 시장의 변화조짐을 엿보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증권업계 시황분석가들도 단기낙폭에 의존한 막연한 반등 기대감보다는 저점에 대한 검증작업이 우선이라고들 말한다. 설혹 시장이 대세상승기로 전환될 경우 바닥이 아닌 무릎에서 매수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적잖은 기관들이 지수가 550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적극적인 점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관들은 왜 그럴까. 물론 명확한 이유는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귀동냥과 눈어림에 의존한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