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두산 구조 개편, 정정신고서 부족하면 계속 정정 요청”

이복현 금감원장, 자산운용사 CEO와 간담회 진행
“의사결정 필요 정보 충분히 기재된 지 살펴볼 것”
“CEO 소통 늘려야”…기업 밸류업 공시 참여 요청
“금투세 문제 있어”…자산운용사 CEO도 폐지 요구
  • 등록 2024-08-08 오후 2:14:52

    수정 2024-08-08 오후 2:14:52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논란이 된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두산 측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금감원이 범정부적 추진 과제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에 동참해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기업 먼저 소액주주 이익 보호 나서야”…‘밸류업 공시’ 참여 요청

이 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 논란에 관해 “구조 개편 효과와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 주주들이 주주권 행사 여부 등 다양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기재돼 있는지 서두르지 않고 보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그룹이 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24일 정정을 요구했다.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거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이 원장은 “(증권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꾸준히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문화·관행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기업들이 먼저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데 경각심을 두지 않으면 기업에 부담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 원장은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에 밸류업 자율 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엔비디아·애플·테슬라 등 대기업에서 CEO가 회사 가치나 미래 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시장과 공유하면서 믿음을 준다”며 “우리도 CEO와 대주주 레벨에서 주주 소통이 원활해지면 기업들의 오해도 많이 불식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美 주간거래 차질, 책임 있다면 증권사 자율 조정으로 해결”

이 원장은 이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투자수익과 배당소득이) 이자수익과 같은 성격으로 취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펀드 등 집합 투자기구는 (분배이익에 대한 세율이) 50%가 적용되는데, 이것이 전문가를 믿고 장기 간접투자를 하는 흐름과 맞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원장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자산운용사 CEO들도 대다수 금투세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위축,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불가피하게 금투세가 시행될 때도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 제판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점에 대해선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심리적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주가 급락은 과거 상황과 비교해 환율·자금·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와 병행하지 않아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투세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측면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미국 주식의 주간거래 차질 문제에 대해선 “워낙 많은 주문이 특정 시기에 몰렸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짐작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더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개인의 자율적 투자 의사 결정이 침해된 것만으로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증권사에 책임이 있다면 자율 조정을 통해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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