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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방송의 간판 앵커이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짐 크래머의 경고가 단 하루 만에 현실화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3시 무렵,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불과 10분 만에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1차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으로 전날(18일) 전 세계 주식시장을 밀어 올린 미 바이오업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놓고 의학계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의 여파였다.
의학전문매체 스탯의 ‘무게감’
전날 모더나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mRNA-1273)의 1차 임상시험 결과, 참가자 45명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중 최소 8명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미 의학전문매체 스탯(STAT)은 “모더나가 공개한 건 데이터가 아니라 말들(words)이었다”며 찬물을 끼얹는 기사를 게재했다.
백신 개발을 위해 모더나와 협업해온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도 불신을 키웠다. CNBC는 “NIAID는 모더나의 전날 발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했다. 시장은 NIAID의 침묵을 1차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가장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 배런지(紙)는 “이 기사를 쓴 스탯의 헬런 브랜스웰 기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최고의 저널리스트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만큼 시장이 스탯의 보도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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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지난달 렘데시비르 상황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렘데시비르는 미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로, 애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줄였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베런지는 “실제 렘데시비르의 효능이 ‘게임체인저’가 될 만큼 크지 않았음에도, 길리어드가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나 뛰었다”고 썼다.
결국 전날 약 20% 폭등했던 모더나의 주가는 이날 10% 넘게 급락했다. 그 결과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0.51포인트(1.59%) 떨어졌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30.97포인트(1.05%)와 49.72포인트(0.54%) 내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은 결국 ‘백신’ 성공에 달린 만큼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증시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빌레르 밸런스 펀드의 조지 영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효과가 있다는 백신 소식이 나올 때까지 증시 변동성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트러스트캐피털의 팀 셸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안은 의료 관련 소식”이라고 했다.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CNBC에 “언젠가 코로나19 백신은 분명히 나올 것”이라면서도 “아직 그 시점을 모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