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스바겐과 쉐보레 그리고 피아트가 자사의 차량을 카카오 택시에 투입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사의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시장이 아닌 일상에서 차량을 만날 수 있고 도심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차량을 선보일 수 있어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피아트 500X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이 궁금해 FCA 코리아 측에 ‘일일 카카오 택시 드라이버’를 자처했다. FCA 코리아 측에서는 “정말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덧붙이며 일정을 조율하고 ‘정말 드라이버 체험’을 확정했다.
기자와 함께 하루 동안 함께 하기로 한 차량은 바로 ‘피아트 500X’였다. 피아트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형차 ‘500(친퀘첸토)’를 기반으로 한 이 차량은 500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체격을 키우고, 지상고를 높인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택시로 변신한 만큼 노란색 차체와 택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데칼을 추가했다.
4,270mm에 이르는 전장과 각각 1,795mm와 1,620mm에 이르는 전폭과 전고 그리고 2,570mm의 휠 베이스 등 다양한 수치들은 500X이 막연히 작은 존재는 아님을 증명한다. 여기에 높아진 지상고와 플라스틱 보호 가드 등은 500이라는 아이코닉 모델의 SUV으로의 변신을 완성하며 말 그대로 ‘감각적인 소형 SUV’의 모습을 담아냈다.
준비, 그리고 시작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일정이지만 카카오 택시 드라이버 및 관련 사전 교육이 필요해 조금 더 일찍 FCA 코리아를 찾았다. FCA 코리아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카카오 택시 드라이버 일일 체험을 위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한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교육이 끝난 후 FCA 코리아의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불안감과 근심’이 가득한 것 같았지만 이미 바퀴는 돌기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콜 대기’를 활성화시켜 첫 손님의 콜을 기다렸다.
첫 번째 콜이 들어왔다. 첫 번째 콜은 역삼의 한 병원에서 을지병원 사거리 인근까지 이동하는 약 3km 가량의 업무였다. 지천명에 이른 듯한 점잖은 신사 한 분이 차량에 올랐다. 피아트 500X의 독특함 때문일까? “이게 제가 부른 택시가 맞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유럽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신사께서는 “업무 관련으로 한국을 찾았다”며 “살면서 복권이나 주식을 해본 적이 없고, 이벤트 같은 것도 많이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당첨된 적은 처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차량을 둘러보며 “내 나이 또래가 타긴 어려워도 젊은 부부나 젊은 엄마들이 타고 다니기 좋을 것 같다”라며 차량 브로셔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런 택시 이벤트는 무척 재미있는 이벤트인 것 같다”라며 “브랜드들이 ‘고객들과의 접점’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물론 “피아트 500X는 처음 타보는데 독특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라며 “차량도 매력적이지만 뒷좌석에 있는 라이언 인형도 이 이벤트를 경험하는 고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예상으로는 오전이 무척 바쁘고, 점심 시간에는 여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점심 시간부터 콜과 콜 사이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었다. 점심은 조금 늦게 먹기로 결정하고, 주유소에서 스트레칭을 한 번 한 후 주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곧바로 강남구청 인근에서 손님이 택시를 찾았다. 시동을 걸고 곧바로 이동하니 40대 여성 한 분이 많은 짐과 함께 피아트 500X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이벤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짐을 차량에 적재하고 목적지인 압구정 로데오 거리로 향했다.
곧바로 이어진 콜, 청담초등학교에서 JW 메리어트 호텔까지 가는 코스였다. 전화를 통해 “네 명이 탈 건데.. 피아트로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아마 가능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는 청담초등학교를 향해 갔다. 그 곳에는 20~30대 여성 네 분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노란색 피아트 500X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라이언 인형을 보며 즐거워했다.
처음에는 라이언 인형과 사진을 찍던 여성분들은 어느새 자동차를 살펴보며 피아트 500X의 컬러 조합과 소형 SUV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질문, 그리고 가격을 물어보았다. 한 여성분은 ‘MINI’ 브랜드와의 직접적인 비교를 물어보기도 했다.
정신 없이 점심 시간을 보낸 후 잠시 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콜은 점심 시간 이후로도 멈추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가로수길 가는 콜이 들어왔다. 20대 초반의 여성은 이벤트 당첨을 즐거워하며 택시를 타는 내내 즐거운 비명과 발랄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렇게 예쁜 차를 처음 타본다”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가로수길까지의 주행을 마친 후, 곧바로 금호동에서 콜이 들어왔다. 일일 드라이버를 하며 처음으로 한강을 건너 강북으로 가는 콜이라 왠지 기대감이 컸다. 콜 장소로 가니 패션 칼럼 및 패션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송루아 디렉터를 만날 수 있었다. 송루아 디렉터는 “어제 지인이 피아트 택시를 탔다고 즐거워했는데 오늘은 직접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척 기쁘다”라며 피아트 500X를 반겼다.
송루아 디렉터와 헤어진 후, 인근에서 새로운 콜을 받았다. 가까운 거리라 곧바로 새로운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20~30대 여성으로 보이는 두 명의 손님들은 피아트 500X과 라이어 인형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차량 내에 비치된 피아트 500X 브로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시승해볼 수 있나요?”라며 차량에 있는 시승 신청서를 작성했다.
오후가 지나며 콜 취소가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청담, 삼성동의 도로 교통량이 늘어난 탓에 택시를 기다리다 취소를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 취소했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번, 세 번 취소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괴로워졌다.
이번 드라이버 체험을 하며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정체가 심하다’라는 첨언을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체는 극심했다. 덕분에 논현에서 삼성 인근을 가는 한 일행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그 때의 상황이었다.
오후 5시를 지나니 해도 많이 졌고, 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선정릉 근처에서 학동을 가는 콜이 들어와 10여 분을 이동해 간신히 30대 여성 손님과 만날 수 있었다. 피아트 500X에 탄 손님은 라이언 인형과 셀카를 찍고, 차량에 대해 많은 질문을 건넸다. 정체 덕분에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할 수 있던 덕에 소형 SUV에 대한 이야기나 피아트, 500X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 학생 커플을 만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6시에 가까워졌다. 체험을 마치고 차량 반납을 하려던 차에 콜이 들어왔다. 을지병원 인근에서 매봉역을 가는 콜,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고민 끝에 오늘의 마지막 주행으로 결정했고, 콜을 받았다. 을지병원 인근에 도착해보니 교복을 입은 한 커플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벤트 당첨이 진짜냐며 묻고는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며 차량에 타는 모습에 괜스레 미소가 나왔다.
한편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는 김사랑 양은 “평소에 자동차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벤트를 통해서 이렇게 예쁜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며 “오늘 이벤트 당첨이 무척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커플은 매봉역에 도착했을 때에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차량에서 내렸다.
FCA 코리아로 돌아와 차량을 반납하고 일일 체험을 끝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하루의 이을 정리해보았다. 11시부터 6시까지, 정확히는 6시 40분까지 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열 두 번의 손님들을 만났고 피아트 500X에 대한, 자동차와 이벤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피아트 500X가 작은 차량이지만 디자인 부분에서는 무척 만족스럽고, 생각보다 공간 실용성 부분에서 우수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여성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느낄 수 있어, 향후 피아트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덧붙여 고객 대부분이 피아트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모습이었는데,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홍보 활동도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 피아트 500X와 주행을 하며 느낀 건 ‘다루기 좋다’라는 것이었다. 우선 장점을 이야기 한다면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과 빠른 조향 반응, 탄탄한 감성의 하체 세팅을 통해 경쾌한 드라이빙 감각을 선보였고, 소형 SUV로서 나쁘지 않은 공간 실용성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분명 피아트 500X의 주요 강점으로 뽑을 수 있다.
게다가 손님들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독특한 디자인은 피아트 500X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었다. 다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역시 디젤 엔진이 마음에 걸렸다. 특히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이나 소음은 정차 시에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드라이버 체험이 끝나고 ‘무척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 기사들이 가장 힘들다던 ‘사납금’과 차량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는 일일 체험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즐거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자동차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