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청소년 시선 담긴 '공간사유' 사진展

중고생 94명 사진, 에세이 300점 전시
서울 곳곳 촬영, 에세이 곁들인 작품
  • 등록 2014-11-26 오후 2:46:26

    수정 2014-11-26 오후 2:50:54

[문턱] “마흔 살에는 인생의 문턱이 있다고 한다. 아부지가 넘었어야 할, 이젠 지나간 문턱들... 베이비붐 세대, 명문대생, 대기업 직원. 내 눈에는 마냥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IMF 때문에 아빠가 스카우트 된 부서가 공중분해 됐다고 한다. 눈물이 날 뻔 했고, 엄마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 후로 아빠가 술을 드시거나 담배 피시는 걸 핀잔 줄 수가 없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촬영한 작품 ‘문턱’. 학생은 “40대에 실직한 아버지의 음주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카메라를 들고 나만의 공간을 찾다가 숫자 40이 쓰여진 표지판을 마주하니 아버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산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두산은 26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공간사유’이란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한다.

두산이 사진을 매개로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시간여행자’에 참여한 3기 학생들의 작품을 모은 것이다.

전시회에는 중고생 94명이 ‘공간’을 주제로 촬영한 사진과 에세이 300점을 전시한다.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시선과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서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학생들은 지난 5~11월 집, 학교와 같은 개인적 공간에서부터 창경궁, 경복궁 등 역사적 장소, 홍대 거리, 장안동 공업사 골목 등 사회적 의미가 있는 장소까지 70여 곳의 공간을 사진과 에세이로 표현했다.

전시회를 주관한 (주)두산 최광주 사장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공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삶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낸 것 같은 작품이 많다”면서 “학생들이 지난 7개월 간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내적 성장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 정서를 가꿔나가는 데 제약을 겪는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며, 참가 학생들은 카메라 렌즈를 매개로 우리 주변을 좀더 관심 있게 바라보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 주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2012년부터 3년 간 250여 명의 청소년이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배병우, 김중만 사진작가, 안은미 무용가,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사진, 역사, 인문학, 환경 분야 등 학생들의 정서함양교육을 지원해왔다.

[숨쉬는 작품] “벽 하나를 두고 어디에서 봐도 언제 봐도 살아있는 또 하루를 살아가는 작품”

고교 1학년 학생이 촬영한 ‘숨쉬는 작품’. 인왕산 수성동 계곡 주변에서 촬영한 것으로, 조선시대 대표적인 화백 겸재 정선이 그렸던 그림을 따라 역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찍은 작품이다. 사진을 촬영한 학생은 평소 내성적이었는데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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