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황현이기자] 이머징 마켓 채권에 대한 "복권 게임"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새해 들어서도 터키, 베네수엘라 등 위험성이 높은 신흥국가의 달러본드가 연일 상종가를 치면서 이 같은 의문이 떠오르고 있다고 19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신흥국가들의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통한 차입 비용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들 국채의 미국 국채에 대한 가산금리를 표시하는 JP모건 EMBI+ 지수는 현재 4% 수준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1998년에 17%까지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처럼 강력한 수요에 발맞춰 신규 물량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한주 동안만 브라질이 15억달러 규모의 30년만기물을 발행한 것을 비롯, 총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국채가 신흥시장에서 발행됐다. 97년 이후 글로벌 본드시장에서 퇴장했던 인도네시아 역시 조만간 이머징 국가들의 채권 발행 행렬에 가담할 계획이다.
신흥국가 채권에 대한 거의 무차별적인 자금 투입이 이러한 "열풍"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관측이다.
ING파이낸셜마켓의 필립 풀 이머징시장 연구 팀장은 심각한 불확실성 요인을 안고 있는 터키와 베네수엘라의 국채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특히 베네수엘라 채권에 대한 투자는 "복권" 매입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안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현직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올 봄 국민투표를 통해 교체될 가능성이 있어 정치적 리스크가 대단히 높은 상태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서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15일 "지난해 이머징마켓 자산 가격의 급등은 부분적으로 펀더멘털에 앞서 움직이는 또다른 시장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신흥시장 자산에 대한 이 같은 열기가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를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신흥국가 채권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조정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기조를 조성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이 언제 긴축 쪽으로 선회될 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현재와 같은 유동성을 낳고 있는 이상,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의 이머징마켓 채권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