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0.1%p 낮춘 한은…소비·설비투자 대폭 하향(종합)

한국은행, 8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민간소비 1.8%→1.4%…설비투자 3.5%→0.2%
건설투자 -2.0%→-0.8%, 재화수출 5.1%→6.9%
물가 2.5%, 0.1%p 하향…수요·공급 압력 줄어
3·4분기 성장 전망 0.5%·0.6%…물가는 2.3%·2.2%
  • 등록 2024-08-22 오후 1:33:31

    수정 2024-08-22 오후 4:37:5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하향했다. 1분기 ‘깜짝 성장’이 일시적인 요인이 컸던 것으로 판단되면서 연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은은 성장률 하향 조정은 기술적인 판단일 뿐이라며 경기 부진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물가 전망도 하향됐다. 내수 회복 속도가 더디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줄고, 농산물 작황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급 측 압력도 둔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내린 2.4%로 제시, 내년 중 물가 목표치(2%)에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이데일리DB)
1분기 성장 ‘일시 요인’ 커…영향 축소

한은은 22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석 달 전 전망치(2.5%)보다 0.1%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2.9%에서 2.8%로 낮췄고, 하반기는 2.2%에서 2.0%로 내렸다. 하반기 분기별로는 3분기와 4분기 각각 0.5%, 0.6% 성장이 전망됐다. 내년 성장률의 경우 종전 전망치(2.1%)가 유지됐다.

이번 성장률 하향은 전기비 1.3% 성장률을 기록한 1분기 성장이 연간 전망에 과도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수정경제전망 때 1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와 연간 성장률을 상향조정했지만, 1분기 성장은 일시적인 요인이 컸기에 과도하게 상향된 것을 기술적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항목별로 보면 내수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1.8%에서 1.4%로 0.4%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가계 실질소득 개선이 다소 지연되는 가운데, 승용차 등 재화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숙박·음식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소비도 증가세가 약화됐다는 평가다. 설비투자는 0.2%로 석 달 전 전망치(3.5%)보다 3.3%포인트나 깎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에도 반도체 기업들의 보수적 투자 행태와 항공기 도입 지연, 높아진 자본재 수입가격 등 영향으로 위축됐다는 판단이다. 반면 건설투자는 -2.0%에서 -0.8%로 마이너스(-) 폭이 축소됐다. 정부의 재정 신속집행, 부동산 거래 및 분양 확대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단 판단이다.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화수출은 5.1%에서 6.9%로 전망치가 1.8%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상반기 중 큰 폭 증가한 수출은 앞으로도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관련 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AI 기술 확산도 강화되면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재화수입은 2.4%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이번 성장률 하향이 경기 부진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도했던 1분기 성장 기대에 대한 기술적인 조정일 뿐 잠재성장률(2%)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성장률을 낮춘 것이 경기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경기가 나빠졌다거나 기조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종전 전망치(3.1%)가 유지됐다. 중국 성장률이 4.7%에서 4.8%로 높아진 반면,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이 각각 2.5%, 0.8%에서 2.4%, 0.4%로 하향 조정됐다. 유로지역은 기존 예상(0.8%)과 동일했다.

세계교역 신장률은 기존 3.1%에서 2.8%로 하향 조정됐다. 상품교역 중심의 개선세가 이어지겠지만, 최근 선진국의 부진한 실적과 주요국 사이 무역갈등 등을 감안할 때 회복 속도가 지난 전망 당시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한국은행
수요·공급 압력↓…물가 전망 하향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석 달 전 전망(2.6%)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상반기 물가가 전년동월비 2.8%로 기존 전망치(2.9%)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하반기는 2.2%로 종전(2.4%)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를 분기별로 뜯어보면 3분기 2.3%, 4분기 2.2%로 전망됐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종전과 같았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4%, 2.1% 전망치는 종전 전망과 동일하다.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내수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한데다 농산물가격도 양호한 작황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물가는 지난 전망 수준을 소폭 밑돌 전망”이라며 “내년 중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모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의 내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2%, 2.1%다. 하반기는 각각 2.1%, 2.0%가 제시됐다.

한은은 브렌트유 전제치를 배럴당 85달러에서 83달러로 낮추기도 했다. 원활한 원유 생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축소 계획 등 공급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글로벌 수요도 예상을 소폭 밑돌면서 당분간 80달러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란 판단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730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석 달 전 전망(690억달러 흑자)보다 40억달러 상향 조정된 것이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감은 26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2.9%로 종전과 동일하게 예상됐다.

한편 한은은 AI 침투 확산 등으로 반도체 경기 개선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6%, 내년엔 2.3%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경제가 잠재 수준을 밑도는 성장세를 기록할 경우엔 올해 성장률이 2.3%, 내년엔 1.8%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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