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공지유 기자] 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사고로 국민들의 전기차 화재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충전시설이 많은 구역 또한 ‘아파트’가 압도적인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의 70% 가량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구축돼 있어 화재 위험 노출이 다른 장소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공동주택 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하 또는 지상에 위치하는 지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실태조사도 제대로 없어 지상·지하 충전구역별 맞춤형 화재 예방 안전관리와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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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데일리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의뢰해 환경부가 집계하고 있는 ‘전국의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를 분석한 결과, 최다 구축 장소는 아파트로 나타났다. 올해 5월 누적 기준 전국의 충전기 설치 대수는 36만1163대로 이중 아파트에 설치된 충전기는 22만3158대로 전체 61.79%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으레 아파트에 충전기가 많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있었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빌라나 연립주택 등의 공동주택에 설치된 충전시설(1만8147대·5.02%)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전기차 충전기 10곳 중 7곳이 공동주택에 밀집해 있는 셈이다.
전기차 충전기가 공동주택 다음으로 많이 설치된 장소는 군부대와 야영장 등 기타시설이 4만233대로 전체 설치 비중 11.14%를 차지했다. 이어 상업시설 6.71%(2만4248대), 공공시설 5.09%(1만8371대),주차시설 3.87%(1만3961대), 교육문화시설 2.71%(9776대), 근린생활시설 1.57%(5667대) 등이 뒤를 있었다.
| (자료=환경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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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오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 450만대 보급 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궤를 함께 한 까닭이다. 정부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 해소를 위해 주택건설기준에 따라 3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7% 이상 이동식 충전기 콘센트를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특히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이미 지어진(기축) 아파트라도 100세대 이상은 총 주차대수의 2% 이상 설치를 의무화했고, 신축 아파트는 5% 이상 구축하도록 하면서 충전구역이 급속히 늘었다.
다만 아파트 지하 주자창 충전구역의 경우 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화재 진압도 오래 걸려 대형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화재 예방 장치나 안전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안전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기존의 주차장에 충전기 설치만 장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이달 1일 인천 청라지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내 전기차 화재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 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만 불에 탄 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화염으로 주차장 내부 온도가 1000도 넘게 치솟으면서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겼으며 일부 주민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정부는 대단지 아파트를 쑥대밭으로 만든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달 초 전기차 화재 예방 방안을 총망라하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에서 새로 짓는 건물은 지하3층까지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지상에만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지하 주차장 설치시 별도 화재 차단 및 소화장치 등의 규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