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돈이 보이는 창 콘서트’ 강연에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의 투자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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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 전문가인 오 부부장은 투자자로부터 ‘거시경제 일타 강사’로 불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분석의 대가로 어려운 거시경제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오 부부장은 현 금융시장에 대해 “작년 이맘때인 지난해 11월19일은 나스닥이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시기였던 것을 기억하느냐”며 “하지만 지금은 투자시장에 희망고문이 1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오 부부장은 매크로 환경을 종종 ‘어항’으로 비유하곤 한다. 안전한 ‘어항’ 속에서는 화려하고 예쁜 물고기를 고르는 투자가 관건이었지만 어항이 깨진 상태라면 리스크 관리도 함께 필요하다는 게 그의 중론이다. 오 부부장은 “어항이 깨졌다고 해서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균형 잡힌 투자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오 부부장은 현 시점의 투자 환경에서 보수적인 접근은 필요하지만, ‘제2 외환위기’, ‘제2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일각의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오 부부장은 “1997년도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280억달러 정도 됐고 당시 200억달러의 무역적자는 굉장히 치명적으로 다가왔다지만 지금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200억달러로 웬만한 무역적자는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조경을 헤칠 정도로 미친 듯이 방파제를 쌓았다”며 “아직 외환위기를 논할 때는 시기상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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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오 부부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물가상승 억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정점을 확인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올 하반기 네 번의 자이언트 스텝의 쓰나미가 어느 시점부터 몰려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은 금리 상승의 속도만 낮춰지고 있는 단계일 뿐 예전처럼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고 해서 곧장 하락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오 부부장은 결국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은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분산투자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 조언한다. 오 부부장은 “현재는 투자에 발을 걸치고 시장이 어떻게 바뀌는지 공부해야 할 때다”며 “무엇보다 버티며 투자의 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여기고 결국 투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희생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동향을 바라보면서 국면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내년 금융시장 투자 전략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