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日 군함도 등 산업유산 역사왜곡 여전…유감"

日 세계유산센터에 산업유산 해석전략 이행보고서 제출
"일방적인 일본인 증언뿐…강제노역 반박 자료 많아"
"韓 등 피해자들과의 대화 배제…희생자 추모역할 전무"
등재 취소 포함한 유네스코에 모든 옵션 검토 요청
  • 등록 2020-12-04 오후 1:36:28

    수정 2020-12-04 오후 1:37:46

사진은 유람선에서 바라본 군함도. [사진= 서경덕 교수 제공, 연합]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겠다는 약속을 또다시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며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와 세계유산위원회 등을 통해 일본에 후속 조치 이행과 대화를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지난 1일 해석전략 이행현황보고서를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 이는 2018년 6월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전략을 마련해 이행하라는 결정문에 따른 것이다.

9개 항목으로 구성된 해석전략 이행과제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전문가의 해석과 감사, 국제모범사례 자문에 따라 각 구성 요소의 전체역사를 해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지역 보존위원회와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유산전문가위원회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것과 관련, △2차 세계대전 전·중·후 한반도 출신 민간인 노동자들을 포함해 산업노동에 대한 1차 자료를 조사했으며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징용정책 관련 법령과 일본노동자와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똑같이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전시했다고 밝혔다. 또 산업유산과 관련된 광범위한 서적을 비치하고 행정문서, 신문기사 등 검색 가능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일본의 이행 조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국제전문가의 자문을 따랐다고 하지만, 어떻게 따랐는지에 대한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으며 산업유산정보센터 역시 강제노역을 반박하는 일본인들의 일방적인 증언 위주로 전시돼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모범사례로 얘기하는 피해자 위주의 전시를 보여준 독일의 람베르스버그 광산 수준의 해석을 보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며 “아울러 유네스코는 당사국간 지속적인 대화를 권장했지만 주요 피해당사자국인 한국과의 대화는 전혀 배제됐다”고 말했다. 일본이 참고했다는 국제전문가는 호주와 영국 출신이다.

또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가 강제 노역을 분명히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출신 전 민간인 노동자’라는 표현이 유지되고 있고 강제노역에 대한 피해자 증언이나 언론보도에 대한 전시가 부재했다. 일본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계속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디지털 아카이브는 현황 파악이 어렵고 무엇보다 유네스코 인사가 왔을 때만 살짝 보완하고 이후에는 다시 삭제하는 등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홍보하고자 하는 산업화, 근대화라는 눈부진 업적 뒤에는 이런 숨겨진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자는 것이 세계유산위원회 의도라는 것은 명확하지 않나”라며 “그럼에도 정보센터 개관이나 해석 전략에는 희생자에 대한 부분, 일본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유감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내년 6월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전까지 외교 채널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일본에 책임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결정문을 채택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우리 정부는 이같은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군함도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역사 왜곡을 이유로 세계유산이 취소된 사례가 없고 지정 취소를 위해서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현실적인 장벽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주장한 것은 등재 취소가 아닌 이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달라는 것”이라며“유네스코 역시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계속 촉구하고 당사국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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