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전반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남은 임기는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내년 경제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긴축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간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내년 성장률을 4% 초중반대로 본다.
그럼에도 정부는 5%대 성장을 공언하고 있다. `건설 투자를 정상화`하면 5%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여기에 발맞춰 국토해양부는 내년 업무보고에서 `선제적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우선 분양가상한제를 풀고 미분양 매입을 지방에서 수도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보금자리지구의 일부 땅을 민간에게 원형지로 공급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재건축·재개발의 기대수익률을 높여 사업 추진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때는 가격 폭등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미분양 매입은 지방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도입됐는데 정작 신청이 많지 않아 수도권으로 넓히는 것이다. 재원은 있는데 수요가 없으니 지역을 넓혀 더 많이 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분양은 건설업계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과잉 투자하고 고가 분양한 책임이 크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정부 돈으로 메워주는 셈이다.
무엇보다 재고가 잔뜩 쌓여있는데 물건을 더 만들어내라는 주문은 적절치 않다. 쌓인 물건부터 팔아야 한다. 최근 전국적인 미분양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집값 불안의 핵심인 수도권에서는 15년만에 최대치인 3만가구에 육박한 상태다.
공급 부족이 향후 몇 년 후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공공에서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뚝심있게 공급량을 유지하는 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 민간 공급까지 정부가 나서 특혜성 지원을 하는 것은 지나친 오지랖이다.
인위적이고 단기적 경기부양은 정권에는 좋을지 몰라도 국민에겐 `독`이라는 것은 이미 카드 대란 등을 통해 상식이 됐다. 임기가 짧은 정권으로서는 효과가 빠른 건설경기 부양이 매혹적이겠지만 이를 참아야 `약`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