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챔피언 기대" Vs "파운드리 실패"…인텔 보는 엇갈린 시선

인텔, '2027년 1.4나노' 청사진…"삼성·TSMC 추격"
MS·에릭슨 이어 AMD 고객사 영입의사 밝혀
"미세공정 개발 과정 없어…양산까지 시간 걸릴듯"
"파운드리성공 가능성 낮아…사업역량 분산 우려"
  • 등록 2024-02-23 오후 4:12:05

    수정 2024-02-23 오후 4:12:05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인텔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포럼인 ‘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2027년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가동 계획을 비롯한 파운드리 사업 비전을 발표하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자국 빅테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 잠재 고객사들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업계에서 이에 대한 관측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인텔 “리사도 고객사 되길”…팹리스 확보 관건은 기술력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IFS 행사 비전발표를 통해 “오는 2027년 14A(옹스트롬·1A는 0.1나노) 공정을 양산해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2027년 도입하겠다는 1.4나노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의 도입 목표 시점과 같아 기술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기업과 정부가 인텔의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선 만큼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추격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인텔은 미국의 챔피언 기업”이라고 치켜세우며 힘을 실어줬다.

겔싱어 CEO는 이어 “사티아(마이크로소프트 CEO)가 고객사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앞으로 리사(AMD CEO)도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빅테크인 MS에 이어 자사 경쟁사인 AMD까지 고객사로 맞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인텔 제품의 기술력이 검증돼야 팹리스를 지속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나노든 3나노든 꾸준히 미세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이 기술개발의 관건인데 그런 경험이 많지 않고 실증을 뒷받침할 제품이 없다 보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중학교 수학을 하다 바로 대학교 통계학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IFS는 신규 고객으로 에릭슨을 확보한 바 있다. 에릭슨은 인텔을 통해 1.8나노 공정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 시스템온칩(SoC)을 양산할 계획이나 양산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에릭슨을 비롯 MS의 AI칩인 ‘마이아’ 생산이 검증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텔이 하겠다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삼성전자는 이미 3나노에서부터 적용하고 있다”며 “처음 도입했던 만큼 기술 개발 및 수율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데 인텔도 이 과정을 거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지난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의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성공 가능성 낮아…주력사업 약화 가능성”

인텔 파운드리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AMD의 대런 그래스비 유럽·중동·아프리카 사장 겸 전략적 파트너십 담당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카날리스 포럼 EMEA 2023’에 참석해 이같이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텔이 설계기술 개발이 아닌 위탁생산을 통한 반도체 제조 분야에 미래 사업 초점을 맞추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버렸다고 비판했다. AMD를 인텔과 비교하며 “AMD는 팹리스로 전환하는 (인텔과)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며 “이를 통해 연구개발(R&D)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선도적인 기술을 구축하고 최고의 수익을 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생산에서 우위를 점하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로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 도전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안팎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우위를 SK하이닉스(000660)에 내주게 된 이유 중 하나를 파운드리 사업 진출로 꼽고 있다. 그는 “인력은 한정적인데 사업을 확대하게 되면 생기는 문제”라며 “인텔도 전혀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했으며 이후 2021년 파운드리 자회사인 IFS를 신설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아직 1%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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