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이현정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9년 사이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은 4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좌심방변형률과 심장기능을 측정한 후, 심부전 발생 여부에 대해 약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7일 밝혔다.
운동선수의 급사를 일으키기로 유명한 비후성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유전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전 세계인구 200명 당 1명꼴로 흔하게 발견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젊었을 때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나이 들어 진단받는 비율이 늘면서 최근 국내 유병률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이 있으면 특히 말기 심부전(end-stage heart failure)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이완에 문제가 생겨 혈액을 신체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경우 심장벽이 두껍고 뻣뻣해지며 잘 늘어나지 못해 좌심실의 이완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이 발생하기 쉽다.
이에 비후성심근증 환자가 심부전 위험을 예측하려면 좌심실 이완기능을 측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 기능을 평가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침습적인 심도자술(국부 마취 후 혈관을 통해서 카테터를 심장 내부로 넣어 시행하는 검사. 심장 내부 압력·혈류·혈관 저항성을 측정함)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비후성심근증 환자 414명의 심장초음파를 분석해 좌심방변형률과 좌심실 이완 기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평균 좌심방변형률은 23%로 정상인 평균(35%)에 비해 낮았다. 좌심방변형률이 낮은 환자일수록 좌심실 이완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장벽의 두께가 두껍고, 심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 범위도 넓었다.
또한, 연구팀은 좌심방변형률에 따른 심부전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이때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심장 이완기능 장애 정도에 따라 ▲정상(35% 이상) ▲1등급(24%~35%) ▲2등급(19%~24%) ▲3등급(19% 미만)으로 분류하고, 10년 무사고 생존율(10-year event-free survival)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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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좌심방변형률을 통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장 이완기능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지표를 활용한다면 침습적인 심도자술 등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심부전 예측이 가능해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의 저명 학술지 ‘심혈관영상저널’(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 IF 7.792) 4월호에 「주목받을 이달의 논문」으로 게재됐으며, 미국의사들의 필수교육평점 획득을 위한 연구로도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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