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금융권, 올림픽 열기 시들시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침체된 분위기도 한 몫
미·중 갈등으로 공식 후원 기업들 소극적 행태 영향도
기념 상품 벗어나 선수 지원 통한 간접 방식으로
  • 등록 2022-02-04 오후 3:09:44

    수정 2022-02-04 오후 3:09:44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4일 대단원의 막을 연다.

통상 올림픽은 각 기업의 마케팅이 집중되는 대규모 행사지만 금융권에서는 올림픽 열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과거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올림픽에 맞춰 관련 상품을 선보이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지난해 열린 도쿄 하계 올림픽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으로 관중이 제한된 상황에서 열릴 뿐만 아니라 미·중 간 외교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공식 후원사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에 세워진 오륜기 조형물. (사진=AFPBBNews)
코로나19에 미·중 갈등까지…겹겹이 쌓인 악재 영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은 특수효과의 대목으로 일컬어지는 올림픽을 앞두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공식 후원사 기업들과 신기술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특화된 예·적금 상품 등을 출시했지만, 동계스포츠 협회나 선수들을 후원해주는 방식의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과 대선 정국이 겹치면서 국민들 관심에서도 벗어난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제한된 관중을 통해 경기를 여는 상황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중 간의 외교적 갈등에 따른 여파도 부담이다. 서구권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공식 후원 기업들 조차 적극적인 마케팅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리우 올림픽 이후 공식 후원 기업이 아닌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까다로워져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공식 후원 기업들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후원사도 아닌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직전의 평창동계올림픽은 코로나19도 없었을뿐더러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행사인 만큼 광고 효과가 있을 수 있었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여러모로 이러한 활동을 펼치기에 악조건”이라고 말했다.

“제2의 김연아 효과를 노려라”… 선수 후원 통한 지원은 ‘여전’

하지만 올림픽에 참가한 후원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느냐에 따라 광고 효과가 180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금융사들로선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단연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육성을 통한 지원에 적극적인 곳은 KB금융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총 5개 종목 출전하는 선수 6명 등을 후원한다. 세계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쇼트트랙(최민정,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피겨(차준환, 유영, 김예림, 이해인, 임은수, 국가대표팀), 컬링(국가대표팀), 봅슬레이(원윤종, 서영우, 국가대표팀), 스켈레톤(윤성빈, 국가대표팀) 등이 있다. 또 아이스하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공식 후원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쇼트트랙이나 컬링, 피겨 등은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기대감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특히 평창 올림픽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일약 스타에 오른 ‘팀킴’이 이번 대회에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다년간 유망주 육성에 집중한 피겨 종목에서 차준환 선수의 남자 선수 최초 메달권 진입 등의 의미 있는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KB금융의 이러한 적극적인 육성 정책의 기저에는 김연아 선수 지원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KB금융은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기 전인 지난 2006년부터 후원 계약을 맺고 지원했다. 그 이후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서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김연아 선수 후원을 통한 마케팅 효과는 금융상품의 인기로 이어졌다. 당시 김연아 선수의 경기 성적과 금리를 연동하는 ‘피겨퀸연아사랑적금’이 출시되기도 했다. 해당 상품은 김연아 선수가 정한 경기 중 한 경기 이상 금메달을 따면 연 0.3%포인트 우대 이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KB트리플빙상여제정기예금의 경우는 7영업일 만에 3000억원 한도가 전액 소진되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신한금융은 ‘신한루키스폰서십’ 프로그램을 통해 하계 올림픽에서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를 발굴·지원한 경험을 살려 스키 대표팀을 후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대한스키협회를 통해 스키 세부 종목 6개(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노르딕복합)를 시작으로 대한하키협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스키 후원으로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이상호 선수가 한국 설상 종목에서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공식 후원은행으로 참여하며 대한장애인체육회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공식 후원은행으로 베이징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대한장애인컬링협회,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대한장애인스키협회,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등을 후원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이전보다 적극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선수들을 후원하는 방식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 등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대한스키협회 후원 협약식을 2019년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었다. (왼쪽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은메달리스트 이상호 선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치현 대한스키협회장, 스노보드 국가대표 정해림 선수. (사진=신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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