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근접했던 지난 29일 서울 한 강남의 PB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PB(프라이빗뱅커)는 이같이 말했다. 달러를 쟁여둔 이들이 조금씩 환차익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환차익을 얻고 있다. 원·달러 환율 1100원 이하를 매수 신호, 원·달러 환율 1200원을 매도 신호로 보고 달러에 투자하는 이들이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 있던 8월 이후 은행권 원화 예금은 꾸준히 늘다 11월 들어 소폭 감소했다. 올해 두번째 기준금리 인상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되던 때다.
5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595억4070만달러(약 70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전월대비 0.14%(8335만달러) 감소했다.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일부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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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PB센터 직원은 “자산가 중에서 달러를 굴리는 사람들은 환율 상황을 보고 매수 매도 시점을 판단한다”면서 “1200원 선을 매도 신호로 읽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경험을 통해 국내 시장이 부진할 때는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투자를 이른바 투자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 개미 투자자들의 영향도 일부 있다. 국내 주식 시황이 부진해지자 미국 직접 투자 비중을 늘렸고, 달러 예금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제 무역거래를 하는 법인들 입장에서 환율은 민감한 요소”라면서 “달러가 쌀 때 미리 사두고 쟁여놓았다가 요새처럼 달러값이 비싸질 때 이를 빼서 쓰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벌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단 1200원선도 쉽게 뚫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등 주요 국가내 인플레이션 상황도 만만치 않아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값이 현재 비싸진 것은 사실이지만, PB센터 등에서는 주식보다 달러나 예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