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의 아이스하키 강국인 미국(16만415명)과 캐나다(9만7000명)에 등록된 선수만 봐도 한국 아이스하키의 반란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키예프의 기적’은 단순히 운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2013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헌신’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다.
“20년 넘게 왜 비인기 종목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아이스하키를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전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23년 간 이어온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에는 평소 도전과 협력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0년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단 단장을 맡아 사재를 출연해 훈련비와 항공료, 선수격려금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은 직후 사재 20억원을 협회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한라 아이스하키단의 한해 운영비는 45~50억원에 달한다. 조금만 돈을 더 보태면 인기 종목을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단순 재정적 지원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정 회장은 틈틈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물심양면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헝가리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빈 물통을 직접 나서서 채웠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1994년 에어컨과 냉장고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했지만, 이제는 그런 의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정 회장은 이번 성과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언급되는 것을 꺼릴만큼, 순수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MF 당시 구단을 지켜낸 것만 봐도 선수들 한명 한명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정 회장은 “나는 그저 판을 깔아준 것이고, 내 구상을 실질적으로 실천한 것은 코치진과 선수들”이라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