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년 어버이날을 앞두고 실시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어버이날 선물 1순위는 ‘현금’이다. 하지만 정작 부모가 원하는 선물은 따로 있다. 특히 자녀를 출가시킨 후 손주 육아를 전담하거나 분담하고 있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휴식’인 듯하다.
2012년 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약 510만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녀 육아를 시가나 처가에 맡기고 있다. 조부모 육아가 크게 늘면서 ‘황혼육아’라는 표현이 생겨나고, 황혼육아가 가져온 각종 질환을 가리키는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실제로 황혼육아 중인 조부모들은 긴 시간 아이들을 돌보느라 쉼 없이 몸을 움직이고, 안전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엔 아이들 크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에 힘든 줄 모르고 버티지만, 손목, 허리, 무릎 등 아픈 곳이 늘어나고 통증이 심해지면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참아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이 씨의 장모 역시 갑작스러운 심리 변화로 황혼육아 중단을 선언한 게 아니다. 2011년에 이미 손목터널증후군을 앓아 밤잠을 못 잘정도로 심한 손목 통증에 시달렸으며, 2012년에 허리디스크 시술을 받았으나 재발해 지난해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장모 김 씨가 병원을 찾을 때마다 의료진으로부터 듣는 말은 “푹 쉬셔야 한다”였다. 최근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안구건조증까지 겹치자 부쩍 우울해진 김 씨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잠정적 육아 중단을 선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 수가 2008년 10만 명에서 2012년 16만 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2012년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의 79%가 여성이며, 연령별로는 50대가 41%로 가장 많았다.
손목터널이란 손목 앞 쪽 피부조직 밑에 뼈와 인대들로 형성된 작은 통로로, 힘줄과 신경이 손 쪽을 향해 지나가는 곳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갑자기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할 경우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식 병원장은 “통증을 오래 방치할 경우 신경이 눌려 감각이 둔해지면서 손 힘이 약해지는 운동마비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 초기엔 손목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를 받을 경우 쉽게 증상이 호전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하면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하고 휴식과 근력운동에 쓸 수 있는 개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쪼그려 앉거나 오랫동안 아기를 안아주지 말고 빨래나 설거지 등은 분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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