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서 전투기까지' 불량품 군납 대규모 적발

기품원, 7년간 남품된 군수품 시험성적서 전수조사
241개 업체 2749건 시험성적서 위·변조 적발
"제도적 보완책 세워 불량품 납품 재발 방지할 것"
  • 등록 2014-03-17 오후 2:46:12

    수정 2014-03-17 오후 2:55:13

장병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식재료·피복을 비롯해 우리 군의 주력 전투기에도 불량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사격 훈련 중인 해병대 장병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지난 7년간 불량 부품과 자재를 납품해온 군납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업체들은 피복과 식재료부터 전투기, 전차, 헬기 등 무기체계 군수품에 이르기까지 군납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변조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감시를 피해왔다. 관련 부처의 체계적인 검증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17일 200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납품된 군수품 28만 199건과 관련된 공인시험성적서를 검증한 결과241개 업체가 2749건의 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업체 대부분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증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1차 검증에 이어 실시됐다. 기품원은 당시 지난 3년간 34개 업체가 125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을 적발하고 군납부품에 대한 조사 범위와 대상을 확대했다. 이같은 대대적인 조사는 기품원 개원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업체들은 장병들의 먹거리와 피복·장구류부터 육·해·공군의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군납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 식자재로 인체에 유해한 고추기름이 납품됐으며 전투복, 전투화, 운동복에 대한 내구도 시험성적을 허위로 조작했다.

위·변조 군수품의 89.6%는 기동·화력 장비 분야에 납품됐다. K2전차, K21보병전투장갑차, K9·K55A1자주포, K10탄약운반장갑차 등의 볼트, 가스켓류, 고무류 등에 불량 부품이 쓰였다. 군 당국은 장기간 운용 시 내구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에 불량 브레이크 디스크가 사용된 것은 인명 피해 등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불량 고무류 부품이 쓰인 제품은 호스 파손 등으로 인한 2·3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부품은 전량 교체됐다.

향후 기품원은 이달 중 시험성적서를 위조·변조한 업체를 모두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기품원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독과점 기업이더라도 부정당업체로 규정해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부정당제재 업체로 지정되면 일정기간 군납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또한 업체의 시험성적서를 기품원이 직접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품원 고위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군납 제품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 제도적인 보완책을 세움으로써 업체들이 두 번 다시 위·변조에 눈독을 들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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