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윤진섭기자] 규제 일변도로 내달리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화`로 유턴하고 있다.
9일 건설교통부는 2002년 하반기부터 지정되기 시작한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지역`등 대표적인 투기억제책을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해제키로 했다.
건교부는 송파구 풍납동 등 서울지역 7개동에 대해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을 해제한 데 이어 부산을 포함한 6개 지방도시에 대한 분양권 전매를 `분양 후 1년 뒤 전매가능`으로 완화했다.
이번 조치는 건교부가 과거 투기과열지구내 중도금 2회 이상 납부하고 1년이 경과할 때 전매토록 했던 지난 2002년 `8.26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2년만에 `규제`에서 `해제`로, `냉탕`에서 `온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 분양권 전매 제한적 허용배경은?
당정이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근간을 이루는 투기억제책을 손질키로 한 배경은 이대로 가면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건설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수도권,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은 갈수록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서울 10차 동시분양에서는 1112가구 모집에 1순위까지 627명만이 청약해 평균 0.53대 1의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심지어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신이 모닝빌 아파트는 3순위까지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결과 43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건설업체가 느끼는 위기감 역시 심각해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CBSI) 전망치는 39.0으로 지난 200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익월에 대한 전망치가 50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부는 투기억제책을 한꺼번에 해제하면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이중규제지역(풍납동, 암사동-주택거래신고제)와 지방도시 내에서의 분양권 1년 후 전매 가능 등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건설업계 환영.. 지방 아파트 거래활성화 기대
어쨌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소유권 이전 등기시점 이후`에서 `분양계약후 1년 경과시까지`로 완화됨에 따라 지방 도시의 아파트 거래는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부산지역에서 2000~3000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LG건설(006360), 롯데건설, SK건설,
벽산건설(002530) 등은 이번 조치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기정 벽산건설 마케팅팀장은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움직임이 있어야 실수요자들도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며 "이번 조치로 초기분양률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 등 다른 지방도시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업체들도 이번 조치를 호재로 삼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재건축 후분양(80% 공정후 일반분양) 제도를 지방도시를 제외한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한해 한정 적용키로 한 것도 지방건설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 실수요 위주 청약전략 세워야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규제에서 해제로, 냉탕에서 온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규제책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몇몇 지역에 대해 규제를 푼 것은 `부양책`이 아니라 `탄력운영`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주택가격 안정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못박고 나선 상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번 조치는 건설경기 경착륙을 연착률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다만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미세 조정이지, 안정기조유지라는 대세를 바꿀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의 틀 안에서 재테크 전략과 내집마련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안명숙 스피드뱅크 소장은 "이번 조치로 인해 부산, 대구 등 지방도시에선 향후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입지가 뛰어난 곳에 대한 선택적 청약이 가능해졌다"며 "다만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져, 전매 해제가 되는 시점에 다량의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실수요 청약자들은 시장 추이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투자도 섣부르게 접근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실장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내 재건축 아파트는 개발이익환수, 후분양이 적용되지 않아 사업여건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지 않는 한 등기 때까지 아파트를 팔 수 없기 때문에, 적용 규제와 투자 금액 등을 따져보고 매입에 나서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