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단기 유동성 문제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잇따라 기업어음(CP)을 찍어내며 1100억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KAI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던 크레딧시장에서도 다시 불안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21일 본드웹에 따르면 KAI는 이달 12일부터 20일까지 7거래일 동안 1100억원 규모의 CP를 찍어냈다. 거의 매일 약 100억원~300억원 규모로 CP 발행에 나서고 있다. 만기는 모두 6개월짜리로 내년 3월 한꺼번에 만기 도래한다.
KAI는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CP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확대한 바 있다. 7월에만 3500억원 가량의 CP를 찍었다. 역시 대부분 6개월 만기다. 검찰 조사를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시장에서는 KAI가 다시 CP시장에 등장한 것을 두고 예상보다 단기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분식회계 의혹과 별개로 시장에서는 최근 KAI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나 분식회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경쟁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가 작용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쉽지 않아도 KAI가 여러 구설수를 딛고 이달 CP를 성공적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시장의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임원 월급까지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KAI가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CP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달 들어 KAI는 임원 월급을 지불하지 않기로 했고 협력사 대금도 어음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정부와 검찰에 대한 ‘보여주기식’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KAI의 단기 유동성 어려움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대금 지급 등이 지연되고 은행 대출 등의 자금 조달 길이 막혔기 때문이라는 것.
KAI는 이달 26일 600억원을 시작으로 10월 600억원, 11월 600억원, 12월 1100억원 등 연말까지 총 2900억원의 CP 만기 도래를 맞는다.내년 3월 만기가 1100억원이다. KAI에 대한 수사가 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데다 운영자금까지 부족한 마당에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900억원의 CP를 상환하기 버거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끝나고 관련 대금 지급이 시작되면 KAI의 유동성 문제는 금방 해결된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자금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