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평균 월급이 330만원?"…정부 통계가 만든 착시

일용직·알바 등은 제외하고 사장 등 임원은 포함해 계산
4대 보험 납부 전 등 세전 기준으로 작성, 실제 급여 괴리
급여통장 입금 월급이 330만원 되려면 2000대 기업 들어야
  • 등록 2016-03-02 오후 12:40:00

    수정 2016-03-02 오후 12:53:24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근로자 평균 임금이 300만원을 넘는다고? 도대체 어느 나라 통계냐”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임금통계를 놓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불만의 댓글이 쇄도한다. 하루 절반을 쉬지 않고 일하고도 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백만 원을 넘을까 말까인데, 근로자 평균 임금이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월 급여 평균이 330만원 ?”…일용직 등은 조사대상서 제외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를 보면 작년 5인 이상 기업체의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전년보다 3.5% 증가한 330만 원으로 조사됐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300만 5000원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이 같은 정부 통계를 보면서 근로자 대다수는 통장에 매달 꽂히는 월급을 생각하며 큰 괴리감을 맛본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를 살펴보면 공공기관을 포함해서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중 2만5000개 가량의 표본사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조사대상에서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은 제외된다. 특히 △건설업체에 고용되지 않고 최종 하도급자에게 소속된 근로자 △가정에 고용된 가사서비스업 종사자(보모, 파출부, 가사운전사, 정원사, 가정교사 등) △제조업 내 가내도급자(의류, 전자부품 등)와 유흥업소 종사자 등 사업장 단위에 소속되지 않은 종사자 △고정사업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고용한 근로자(대리운전, 차량이동판매, 포장마차, 노점상, 행상 등) △농림어업부문의 가구단위에 소속된 근로자△창업 준비 중이거나 장기 휴업 중인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근로자도 조사대상이 아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근로자도 고용계약이 1년이상인 임금근로자나 정규직만으로 한정 짓고 있다. 일당이나 시급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등은 통계에서 모두 빠진다. 급여를 받고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부 통계에서는 임금 근로자가 아닌 셈이다.

이렇게 선별한 집계 대상 근로자들이 재직 중인 사업체에서 지급한 전체 임금을 근로자 수로 나누면 근로자 월 평균임금이 나온다. 사장이나 이사 등 최고위 임원도 이 때는 근로자에 포함된다. 연봉이 억대이든 수십억원이든 관계없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작년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봉은 83억3000만원으로 일반직원 평균 연봉(1억200만원)의 81.7배에 달했다.

급여순으로 줄을 세운다고 치면 가장 아래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줄 밖으로 내보내고, 위쪽은 포함해 합산한 뒤 평균을 내다보니 실제 체감하는 급여수준과 괴리감이 큰 금액이 평균 급여액으로 제시된다.

실제 월급 330만원, 2천대 기업안에는 들어야

함정은 또 있다. 직장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월급에는 4대 보험금 등을 납부한 뒤 실제 급여통장에 찍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정부가 집계하는 명목·실질임금은 4대 보험금 등을 납부하기 전인 세전 기준이어서 차이가 크다.

이와 관련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00대 기업의 평균 연봉은 4498만원었다. 이 금액을 받는 연봉자가 부인과 2명의 20세 이하 자녀를 뒀다고 가정하고 월평균 실수령액을 추산해 보면 337만8093원 정도가 나온다. 국민연금 16만 4170원, 건강보험 11만1630원, 장기요양보험 7310원, 고용보험 2만3710원, 소득세 5만7660원, 지방소득세 5760원 등 37만240원이 공제액으로 빠진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근로자 평균임금은 2000대 기업안에 드는 정규직 직장인들이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치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고용부가 고의로 수치를 부풀려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의 목적 자체가 고용동향과 근로실태 파악에 맞춰져 있는 탓에 임금에 대한 조사 역시 외형 기준으로 이뤄진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체노동력조사는 사업체 내 종사자 총량과 근로자의 전체 임금 총량 단위로 조사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체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며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는 주로 고용동향이나 근로실태(임금 및 근로시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정책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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